‘1년간 참았던 치료를 또 미뤄야해요’, ‘16일에 맞춰 생리를 늦추는 약까지 먹었는데 약을 또 먹어도 될까요?’

사상 초유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연기되며 공부 이외에도 학생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조대부고 3학년 송모군은 1년간 참았던 사랑니 통증을 당분간 더 참아야될 상황이다. 학생기록부에 기록될 출결 사항을 염려한 송군은 올 초부터 치아가 아팠음에도 치과 진료를 미룬 채 수능을 준비했다.

송군은 수능 직후인 이번 달 18일 광주의 한 대학병원에 예약했다. 수능 때문에 예약을 연기하겠다고 병원에 알리자 일정이 꽉 차 내년 4월에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내년 4월이면 대학 신입생이 될 송군은 그동안 꿈꿔왔던 캠퍼스 생활을 위해 여름방학까지 진료를 미룰 생각도 하고 있다.

평소 생리통이 심했던 박모양(동아여고 3년)은 컨디션 조절을 위해 생리주기를 조절하는 약(피임약)을 복용했다. 수능 일주일 연기 소식을 들었을 때 공부는 둘째치고 생리가 가장 걱정된 이유다. ‘혹시 수능 날 때 생리통이 생겨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앞섰다. 박양은 부모들과 함께 병원에 들러 통증을 완화해주는 약을 처방 받을 계획이지만 컨디션 조절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15일 전후로 한산해졌던 광주지역 독서실에 다시 수험생이 몰리는 가운데 광주 대성학원은 학원생들에게 아예 자율학습실을 무료로 개방했다. 16일 오전부터 이 학원 사무실에 ‘학원 문을 여냐’는 문의 전화가 수십통 빗발쳤기 때문이다. 학원 관계자는 “수업을 진행할 순 없지만 공부 공간은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세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의 면접·고사도 미뤄지며 사전에 교통편과 숙박 예약을 한 일부 학부모는 취소 수수료와 환불 문제 때문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번 주말 자녀와 상경할 예정이던 최모(50)씨는 “자연재해로 인한 수능 연기 사태에도 약관만 따져 환불을 해주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취소 수수료도 걱정이지만 다시 예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 갑갑하다”고 말했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