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살아가는 동안 이런저런 ‘배신’을 당한다. 배신은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이지만, 정치와 경제, 역사적 사건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물론 자신이 배신을 당하지 않아도 가까운 주변 사람들로부터 배신의 사례를 전해듣기도 한다. 그러나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기 때문인지 ‘배신’이라는 단어에 큰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배신이라는 개념과 배신자와 배신행위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적이 많지는 않다.

그렇다면 배신이란 무엇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의로운 내부고발자라 해도 어떤 이에게는 중상모략가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중의 눈에는 영웅으로 보이기도 한다. 예루살렘 히브리대 철학과 명예교수 아비샤이 마갈릿이 펴낸 ‘배신’은 간통과 번역, 배교, 변절 등 다양한 형태의 배신을 역사적, 종교적, 문화적, 개인적 사례를 들어 다각도로 이야기한다.

책에는 12사도 중 한 명인 유다의 배신 이야기부터 그리스군의 속임수가 돋보인 트로이의 목마, 16세기 가톨릭 탄압에 저항하며 ‘화약 음모 사건’을 일으킨 가이 포크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또한 19세기 말 프랑스를 분열시킨 드레퓌스 사건, 제2차 세계대전이 벌어진 상황에서 독일에 저항한 지도자와 부역한 지도자의 상반된 주장 등도 담겨 있다.

저자는 “배신이라는 개념은 개인 간의 관계를 통해 그 보편성과 힘을 얻지만, 개념을 확장해 제도까지 포함하는 더 큰 집단으로 나아가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을유문화사·1만8000원〉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