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숨이 ‘국수’ 이후 3년 만에 소설집 ‘당신의 신’을 펴냈다. 문학평론가 정홍수는 김숨의 작품 세계를 일컬어 “바늘 한 땀과 한 땀 사이, 그 고르지만 영원히 포개질 수 없는 차이에 작가가 인간을, 세계를 말하는 방식이 있는 듯하다. 한결같지만 다른 숨, 그 숨들의 기록(‘한결같지만 다른, 숨 이야기’(‘Axt no.005’)”이라 말한 바 있다.

작품집에는 ‘이혼’, ‘읍산요금소’, ‘새의 장례식’ 세 편이 묶였다. 작가는 각각 사회의 인정이자 굴제인 결혼/이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여성 삶의 근본 원리를 담아낸다. 또한 ‘동물에 관하여 생각하는 것’으로써 인간의 탐욕과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김유정문학상, 황순원문학상 후보작에 오르며 평단의 주목을 받은 작품 ‘이혼’은 다양한 결혼생활의 양태를 보여준다. 이러한 다양한 양태 이면에는 사실은 다양한 방식으로 고통받는 여성의 목소리가 배어 있다.

다음 작품 ‘읍산요금소’는 통과의례의 상징으로 묘사된다. 이혼 후 친권도 포기한 ‘그녀’가 일하는 폐쇄된 공간이다. 가족도 연인도 없이 혼자 지내는 그녀는 “부스 안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늙어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새의 장례식’에서는 남성 화자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아버지의 폭력 성향을 물려받아 ‘그녀’를 폭행했던 ‘나’, 결국 ‘나’와 이혼한 뒤 ‘그녀’가 재혼한 ‘그’. 소설은 나와 그, 두 사람의 만남을 담았다. 이혼하고 두 사람의 관계가 끊어졌다 해도 삶은 이어진다. 〈문학동네·1마2000원〉

/ 박성천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