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은 러시아를 비롯해 구 소련에 거주하면서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한민족 동포를 지칭하는 말이다. 고려인이란 용어가 언제 생겨났는지에 대한 정확한 기원은 없지만 대체로 1920년대로 추정된다. 일제 시대 국권을 빼앗기자 독립운동을 하거나 생존을 위해 조국을 떠나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대부분 국경선인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넜는데 이때 만주로 간 사람들을 조선족이라 하고 러시아 연해주로 떠난 사람들을 고려인이라 했다.

러시아 정부의 공식 기록에 따르면 첫 고려인은 1864년 14가구 65명이 남우수리스크 포시에트에 영구 거주를 목적으로 정착한 사람들이다. 이후 기근과 1910년 한일합방을 계기로 고려인들이 급증해 1914년 블라디보스토크에만 6만3000여 명이 고려인 마을을 건설했다.

1926년 소련 최초의 인구조사에는 고려인이 8만6999명으로 기록됐지만 실제 거주 인원은 25만여 명이었다. 하지만 스탈린이 1937년 강제 이주 정책을 실시하면서 고려인 대다수가 터전을 잃고 6000㎞나 떨어진 중앙아시아로 집단 이주하게 됐다. 고려인들은 중앙아시아의 황무지를 개척하며 성공적으로 정착했지만 1992년 소련이 붕괴되면서 다시 위기를 맞자 고국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국내에 들어온 고려인들은 주로 경기도 안산(7000여 명)과 광주(4000여 명)에 둥지를 틀었다. 광주에는 2000년 산업 연수생으로 입국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신나탈리야 씨가 체불임금 해결을 계기로 고려인 지원 사업을 시작했고 2004년 신조야 씨가 고려인공동체를 구성해 광산구 월곡동에 30가구와 함께 정착하면서 고려인 마을이 조성됐다. 2013년 광주시의 고려인 주민 지원 조례 제정과 뜻있는 시민들의 따뜻한 배려로 광주 고려인 마을은 국내 한민족 집성촌의 성공 모델이 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방문이 온통 화제다. 우즈베키스탄 고용노동부장관도 어제 광주 고려인 마을을 찾았다. 광주 고려인의 80%를 차지하는 우즈베키스탄인들의 비자 발급과 체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트럼프 방한에 묻혔지만 자국 출신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우즈베키스탄 장관의 행보가 감동을 준다.

/장필수 전남본부장 bun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