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해역에 침몰한 뒤 인양되지 않고 방치된 선박이 2180척에 이르고 이 중 31척은 기름이 가득 실려 있어 향후 대형 해양오염사고로 연결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안 앞바다에 침몰한 선박은 현장조사 결과 잔존유를 무려 8만2000ℓ나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데다, 선체 강도가 약화돼 잔존유 유출 가능성이 큰 상태지만 당국은 적절한 대책수립 없이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해양수산부에서 받은 ‘전국 침몰선박 현황’을 보면 지난 2016년 기준 국내 해역에서 침몰한 선박은 2723척에 달했다.

이 가운데 인양된 선박은 불과 543척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침몰 선박 5척 중 4척에 해당하는 2180척은 여전히 바닷속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미인양 침몰 선박을 종류별로 분석해 보면 어선이 1771척으로 가장 많았고, 화물선(108척), 예선(74척), 부선(56척) 등이 뒤를 이었다. 선박 규모별로 보면 10t 미만이 1043척, 10∼100t 858척, 100t 이상 279척 등으로 나타났다.

해역별로는 남해가 923척으로 가장 많았고 서해가 806척, 동해가 451척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14년 침몰선박 관리 사업에 착수한 해수부는 기름 적재량이 많고 환경위험도가 높은 31척을 현장조사 대상으로 삼아 연차별 현장조사 계획을 수립했는데, 현재까지 조사가 완료된 선박은 고작 11척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 선박으로 분류된 선박 31척 안에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7865㎘(2ℓ 짜리 페트병에 담으면 약 390만개)의 잔존유도 커다란 문제다.

특히 31척의 위험선박 가운데 현장조사를 완료한 11척 중 3척은 선체 강도 약화 등으로 향후 잔존유 유출 가능성이 심각한 수준임에도 선박 내 잔존유 제거를 위한 예산은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의 선박 3척은 제7해성호(신안, 잔존유 82㎘ 추정), 제헌호(부산외항, 잔존유 152㎘ 추정), 퍼시픽프렌드호(충남 태안, 잔존유 50㎘ 추정)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