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 면봉검사’ 아무렇지 않다고요?
2017년 09월 20일(수) 00:00
김한영 사회부 기자
외식업에 종사하려면 보건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외식업 아르바이트도 마찬가지다. 광주에서는 하루 평균 수백명, 연간 10만여명이 보건증을 발급받는다. 그런데 그 과정이 너무 수치스럽다고 아우성이다.

보건증을 발급받기 위해선 우선 보건소에 가 1500원의 접수비를 낸다. 보건소 임상병리실에서 플라스틱 튜브에 담긴 14cm짜리 면봉을 받은 다음 바로 옆 화장실로 들어간다. 자신의 항문에 면봉을 3∼4cm정도 삽입 후 서너 차례 돌린 뒤 꺼내 튜브통에 다시 넣는다. 화장실을 나와 임상병리실에 튜브통을 제출한다. 문제는 이 일련의 과정이 다른 검사대상자에게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이다. 화장실을 제외한 모든 곳이 오픈돼 있기 때문이다. 여성은 물론 남성들도 심한 수치감과 모멸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일부 검사대상자 사이에선 면봉에 수돗물만 적셔 제출하는 편법이 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티푸스와 세균성 이질 등을 미리 발견해 예방하는 ‘검사 목적’ 자체가 상실된 것이다.

광주일보가 이런 내용을 지적〈7월 10·11일자 6면〉하자 광주시는 지난 7월 12일 관련 회의를 열고 시설 확충 등을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달라진 게 없다. 당시 회의에 참가한 일부 공무원은 “꼭 시설을 확충해야 하느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는데, 지금 광주시의 대응이 꼭 그렇다.

외식업 종사자들은 “외식업은 매일 육체 노동을 해야하는 탓에 단체활동도 어렵고, 억울해도 시간이 없어 항의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면서 “다음 지방선거 때는 꼭 표심으로라도 (우리의) 뜻을 전하겠다”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일부 외식업 종사자들은 매달 1만원씩 회비를 내고 있는 외식업중앙회 광주지회에도 “수치스럽다”며 도움을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광주시에 민원을 제기해도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아 개선 자체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게 회원 민원을 묵살한 외식업중앙회 광주지회의 해명이다.

외식업중앙회 광주지회는 매년 광주시로부터 각종 명목으로 4000여만원에 이르는 지원금을 받고, 위생검사도 공동으로 하고 있다. 회원의 고통을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외면하는 이유를 알 법한 대목이다.

여성의 인권신장을 위해 활동하는 광주지역 여성단체들 역시 외식업 여성종사자의 인권침해 사례를 외면하기는 마찬가지다. 광주시여성단체협의회는 “우리의 사업과 맞지 않는 방향”이라고 말했고, 또 광주YWCA는 “사정을 잘 몰라 단체에서 나설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들 여성단체들이 광주 여성을 위해 추구하는 사업은 무엇이고, 잘 알기 때문에 나설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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