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Feminism)에 관한 솔직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청년여성기획자 3명이 뭉쳤다. 광주지역 청년단체 청년문화허브에서 활동하는 박명지(31)·김꽃비(28)·차지원(22)씨는 지난 7월 말부터 광주시 동구 호남동 광주여성재단 8층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페미니스트의 물건’ 전시 기획과 제작을 맡았다.

이번 전시는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성평등을 지향하고 갈등으로 생긴 상처를 치유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지난해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과 예술·문화계 성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한 이후 페미니즘은 유행처럼 많은 관심과 논의를 낳았지만 여전히 어렵고 낯선 이론으로 여겨지면서 오해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5월부터 ‘성차별을 겪은 경험’, 또는 ‘성평등에 대한 의견’을 온라인으로 공모해 사연 100여 건을 받았다. 또 세 차례에 걸쳐 워크숍 등 공론의 장을 만들어 생각을 공유 했다.

기획자들은 이 과정을 통해 생산된 결과물들로 전시관을 채웠다. 사연을 상징하는 가방·연필 등 ‘물건’을 작품화해 전시하는가 하면, 워크숍에서 나눈 페미니즘에 대한 대화를 녹화해 상영하고 있다.

이들은 전시에 관해서는 ‘초짜’다. 성별과 연령대에 상관없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전시를 만들기 위해 지난 4개월간 다듬고 또 다듬는 과정을 거쳤다. ‘mirroring object’라는 작품을 만든 박씨는 전시 3일 전에 작품의 재료인 거울이 깨지는 난관에 부딪히기도 했다. 그는 “부랴부랴 아크릴 소재로 대체했는데 거울에 비친 모습이 선명하지 않아 오히려 더 반응이 좋았다”며 후일담을 털어놨다.

기획자들의 성향에 굳이 등급(?)을 매기자면 김씨는 ‘급진파’, 박씨는 ‘온건파’라는 게 이들의 중론이다. 포스터에 들어갈 문구를 정하는 데도 ‘성 평등’이라 할지, ‘양성 평등’이라 할지 뜨거운 설전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기획단 막내 차씨는 “기획단이 이번 전시에 워낙 애정이 많았기 때문에 작은 것 하나도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며 제작 과정을 떠올렸다.

김씨는 “페미니즘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페미니즘이 모두에게 공감을 얻게 돼 페미니즘이란 단어 자체가 필요 없을 때까지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0월31일까지 열린다. 전시기간 동안 페미니즘과 관련된 사연을 계속 접수해 소개할 계획이다. 사연은 인터넷 주소창에 naver.me/xUlrw28R(네이버 폼)을 입력해 작성하면 된다. 문의 062-670-0535.

/글·사진=백희준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