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간의 학살(5·18∼27일) 이후 공수부대는 왜 다시 광주에 내려왔던 것일까.

이와 관련해서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가 공수부대원과 한 면담 보고서를 보면, 김효겸이라는 부대원(5·18 당시 11공수 62대대 하사)은 “광주에서 철수 후 국민대(서울)에 주둔할 때 62대대장(이제원 중령) 인솔 하에 일부 병사들이 보병 복장을 하고 광주로 가서 가매장지 발굴 작업을 전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11공수여단의 다른 부대원 최규진(62대대 4지역대장) 역시 같은 조사에서 “6월 초, 여단에서 병력을 전체적으로 인솔해 광주로 내려갔다. 정○○이 (사체를) 발굴하고 왔다고 제게 보고한 것 같다”고 밝혔다.

5·18 당시 임시로 매장했던 시신 수습을 위해 광주로 내려갔다는 게 당시 군인들 증언이지만, 5·18민주유공자 유족회장은 “당시 공수부대가 와서 시신을 새롭게 발굴해서 민간이나 광주시에 인계했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분명 다른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11공수부대원들 진술대로 상당수 부대원이 광주에 다시 내려온 시기는 1980년 6월 초로, 공교롭게도 주남마을 뒷산에 암매장됐던 시신 2구(채수길·양민석씨로 훗날 판명)가 같은 달 2일 주민들에 의해 발굴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보는 견해(5·18 연구자)도 있다.

5·18 직후 주남마을에서 암매장된 시신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접한 공수부대가 대거 광주로 서둘러 내려와 518 당시 가매장했던 시신들을 보다 깊숙이 매장하는 작업을 자행했던 것은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다.

이런 의심은 현재까지 최소 75명(광주시 추정)이라는 5·18행방불명자가 엄존하는 데다, 1980년 5월 27일 도청 진압작전으로 항쟁이 마무리된 이후 주둔지로 돌아간 공수부대원들이 광주로 다시 내려올 만한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이와 관련, 또 다른 5·18연구자 광주항쟁 당시 3·7·11공수여단의 주둔지와 이동경로를 주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공수부대원들이 80년 5월 21일 집단발포 후 도청을 버리고 외곽으로 물러나 광주봉쇄작전을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양민학살과 암매장이 실존했다는 점에서다. 11공수부대가 자행한 주남마을 미니버스 총격사건(탑승자 17명 사망, 홍금숙씨 홀로 생존)이 대표적이다. 광주일보와 지난 5월 인터뷰한 11공수 63대대 초급장교가 “도청 철수 이후 시민들이 보이면 쏘면서 퇴각했다”는 진술, 송암동 오인사격 사건 역시 민간인 학살 및 암매장과 관련해 주목할만하다.

5·18 당시 공수부대의 주둔지는 광주시내를 제외하면, ▲3공수 광주교도소 ▲7공수 제2수원지∼너릿재 ▲11공수 조선대, 송암동 ▲전교사(상무지구)와 광주비행장 등이다.

정수만 전 5·18민주유공자 유족회장은 “항쟁 직후 6월 초쯤 공수부대원들이 민간인 복장으로 또는 일반 전투병 복장을 하고서 대거 광주에 다시 내려왔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내용”이라면서 “당시, 11공수부대원들만 내려왔는지, 공수부대원들이 광주에서 무슨 짓을 벌였는지, 면밀한 재조사가 필요하다. 재조사 과정에서 사라진, 행방불명자들의 소재 파악에 관한 단서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2007년 국방부과거사위 관계자는 당시 공수부대원들에게서 ‘11공수부대가 5·18 직후 6월 초 광주에 다시 내려왔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나, 조사의 목적, 조사기간, 부대원들의 비협조 등을 이유로 공수부대원들의 광주 재방문 목적을 파헤쳐내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