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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카슨의 경고

2017. 08.18. 00:00:00

레이첼 카슨이 1962년 ‘침묵의 봄’(Silent Spring)을 출간했을 때 미국 화학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농약이 ‘전가의 보도’로 여겨져 ‘대박’을 치고 있었는데 “살충제의 오용으로 우리 자신이 서서히 독극물에 중독되고 있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학업계가 25만 달러를 들여 연구 업적을 깎아내리는 공작을 펼칠 정도였다. 해양생물학을 전공한 이력도 도마에 올랐다. “여성에다 풋내기 비전공자가 뭘 알아”라는 비아냥이었다. ‘뉴욕 타임스’는 머리 기사에서 “올 여름 ‘침묵의 봄’이 상당한 소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썼다. 주류 언론의 기사로 미뤄 당시 사회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환경학 최고의 고전이 된 ‘침묵의 봄’은 그녀가 불과 56세에 유방암으로 세상을 뜨는 바람에 유작이 됐다. 투병과정에서 집필에 매달린 것도 세상과 결별을 앞당기는 이유가 됐다.
그녀는 떠났지만 침묵의 봄은 미국 정부, 세계를 일깨웠다. 케네디 대통령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연방정부와 주 정부차원에서 농약 오남용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입법부는 정부 차원의 유독물 살포를 금지했다. 그녀 덕분에 지구의 날(4월 22일)도 제정됐다.
레이첼 카슨이 우리를 일깨운 경구는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자연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가르침이다. 자연이 병들면 인간도 병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침묵의 봄’이 출간된 지 50여 년이 지났음에도 농약 문제는 여전히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유럽을 강타한 ‘살충제 계란 파문’이 대한민국까지 뒤흔들어 놓고 있다. 기술 진보에도 농약 문제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농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근본적 이유는 인간의 탐욕 때문이 아닐까 싶다. 수확·수익 증대가 최고의 가치가 된 세태에서 환경과 타인의 건강을 살필 겨를이 있겠는가.
레이첼 카슨의 경고가 새삼 가슴에 다가온다. “세상은 비탄에 잠겼다. 그러나 이 땅에 새로운 생명 탄생을 가로막은 것은 사악한 마술도, 악독한 적의 공격도 아니었다. 사람들이 스스로 저지른 일이었다.”

/윤영기 사회부장 penfo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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