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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반갑다! ‘아르코@광주’

2017. 05.24. 00:00:00

인구 40여 만 명의 가나자와시는 일본에서 내로라 하는 문화도시다. 도쿄와 같은 대도시에 비해 인프라는 다소 밀릴지 모르지만 시민들의 문화지수만큼은 남부럽지 않다. ‘한집 건너 예술가’라는 말이 나올 만큼 아마추어 작가들이 많다.
그렇다고 가나자와 시민들이 처음부터 문화를 가까이 했던 건 아니다. 지난 1990년 대 초, 옛 방직공장을 시민들의 연습공간으로 리모델링한 시민예술촌이 문을 열면서 분위기가 변했다. 프로페셔널 예술가들을 위한 갤러리나 공연장은 많지만 문화애호가들을 위한 연습실이 없는 현실에 주목한 가나자와시가 방직공장을 매입해 개방한 것이다.
몇해 전 취재차 방문했던 가나자와 시민예술촌은 소문 그대로 문전성시였다. 평일 낮인데도 시민예술촌에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거나 연극연습을 하는 주부들로 북적였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들의 밴드연습이 한창이었다. 방음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진 스튜디오 덕분인지 이들은 귀청이 떨어질 정도로 열정적인 연주를 펼쳤다.
시민 예술촌은 1년 365일 운영되는 열린 공간이다. 6개의 스튜디오에는 오케스트라, 밴드, 연극 등 각 장르의 예술활동에 맞는 시설과 장비 등이 비치돼 말 그대로 ‘몸만 오면 되는’ 시스템이다. 직장인들의 퇴근 후 이용을 배려해 하루 24시간 개방하고 가나자와 시민이면 누구나 3개월전 예약을 통해 6시간에 1000∼3000원이라는 ‘착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국내에도 가나자와 시민예술촌과 비슷한 곳이 있다. 성남시가 지원하는 성남아트센터 ‘사랑방 문화클럽’이다. 지난 2006년 전국에서 최초로 성남시민들의 자발적인 문화예술동호회를 지원하기 위해 ‘문화의 일상화’를 내걸고 출범했다. 당시 성남시에는 1100여개에 이르는 문화예술동호회가 활동했지만 연습실이 부족한 탓에 정기적으로 기량을 닦는 모임이 많지 않았다.
이를 위해 성남시는 160여 개 빈 공간을 시비로 임대해 시민들에게 무상으로 빌려주는 간접지원방식을 택했다. 과거 보조금을 아마추어 동호회에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관(官)에 의존하는 풍토를 조성한다는 비판에 따라 연습실과 장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그 결과 사랑방 문화클럽에 소속된 동아리들은 자생적인 조직으로 성장했고, 자체적으로 경연대회를 표방한 ‘사랑방 클럽축제’까지 창설해 시너지 효과를 거뒀다.
그런 점에서 다음달 개관하는 ‘아르코공연연습센터@광주’(아르코@광주)는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광주시 광산구가 소촌아트팩토리 부지(1031㎡)에 대연습, 중연습실, 다목적 공간인 리딩룸(reading room), 커뮤니티 카페 등을 갖춘 창작공간과 연습장을 꾸민 것이다. 332㎡에 이르는 대연습실은 지역에선 최대 규모다. 그동안 변변한 연습공간이 없어 건물 지하실을 전전하거나 값비싼 임대료를 내느라 팍팍했던 아마추어 예술인들에게는 단비와 같다. ‘아르코@광주’가 삭막한 도시에 희망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드림팩토리가 됐으면 좋겠다.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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