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맹자가 투표를 한다면
2017년 04월 10일(월) 00:00 가가
[문요한 정신과 전문의]
“이게 나라냐?” 광장의 촛불 민심을 이보다 잘 대변해 주는 문구가 있을까 싶다. 이 다섯 글자 안에는 국정 농단에 대한 국민들의 울분과 참담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사람의 자존감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개인이 속한 집단이나 국가의 품격에 기초한 사회적 자존감 또한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무너진 자존감은 그 권력을 끌어내림으로써 다시 높아지고 있다. 물론 이제 시작일 뿐이다. 환부를 도려내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 국가의 품격을 높여 나가야 한다. 그런데 국가의 품격을 높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국가의 품격이란 말 자체가 인격화된 표현이라고 보면 그 기준은 인간의 품격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유학은 동양의 심리학이다. 유학에서는 인간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다섯 가지를 꼽는다. 바로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다. 사람은 어질고, 의롭고, 예의 있고, 지혜로우며,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 중에서도 으뜸 덕목은 ‘인(仁)’이다. 그렇다면 인이란 무엇일까? 맹자는 인의 뿌리를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고 하였다. 즉, 타인의 아픔을 함께 느낄 줄 아는 연민과 공감의 마음이야말로 인의 바탕이라고 한 것이다. 그렇기에 맹자는 최고의 정치를 바로 백성들의 고통에 공감할 줄 아는 즉, 인에 뿌리를 둔 왕도(王道)정치라고 보았다.
그러나 맹자가 살았던 전국시대는 어떠했던가! 전쟁과 폭정으로 얼룩진 불인(不仁)의 시대였다. 성안에 피 흘린 시체가 가득하고, 들판에는 굶주린 시체가 널려 있을 정도였다. 그런 세상의 아픔에 너무나 가슴 아팠던 맹자는 천하의 제후들을 만나며 왕도정치를 설파하고 또 설파했다. 그 중에는 제(齊)나라의 선왕(宣王)도 있었다. 맹자를 만난 선왕은 도대체 왕도정치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이에 맹자는 주(周)나라 문왕(文王)을 예로 들어 이렇게 대답한다.
“늙고 아내 없는 사람을 ‘홀아비’(鰥)라 하고, 늙고 남편이 없는 사람을 ‘과부’(寡)라 하고, 늙고 자식이 없는 사람을 ‘외로운 사람’(獨)이라 하고, 어리고 아비가 없는 사람을 ‘고아’(孤)라고 하는데, 이 네 부류의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궁핍한 백성들로서 하소연할 데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문왕은 선정을 펼치고 인을 베푸시되 반드시 제일 먼저 이들을 돌보았던 것입니다.”
맹자의 대답은 거침이 없고 분명하다. 어디에도 의지할 곳 없고, 가장 고통받는 이들을 먼저 위하는 것이 왕도의 가장 중요한 기준임을 밝혔다. 영토 확장에 여념이 없는 제후들을 면전에서 꾸짖은 것이다. 심지어 불인(不仁)한 군주는 쫓아내야 한다는 역성혁명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맹자가 이야기하는 인(仁)은 박애(博愛)가 아니라 선한 사람을 사랑하고 악한 사람을 미워하는 의(義)에 바탕을 둔 사랑이다.
그런 맹자를 제후들이 좋아할 리가 없었다. 그를 받아주는 제후는 당대에 아무도 없었다. 맹자가 이야기하는 왕도정치가 너무 이상적인 것이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맹자는 인(仁)이란 도덕 이전에 인간의 본능이라고 이야기했다. 즉 인간은 남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본성을 타고났기에 당시에는 구현되지 못하더라도 점점 그런 사회가 되어갈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업맞다. 인(仁)은 본성이다.
신생아실 아이들만 보더라도 한 아이가 울면 연달아 운다. 그런데 정작 아이 자신의 울음소리를 녹음해서 들려주면 울지 않는다. 즉, 신생아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울음에는 울지 않고 다른 아이의 울음에만 반응하는 것이다. 이를 ‘신생아성 반응 울음’이라고 하는데 이는 인간이 타인의 고통에 대해 반응하는 ‘공감’ 기능이 선천적으로 내재화되어 있음을 말해 준다. 이는 뇌 영상으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칼에 손가락이 베어 아파하는 장면을 보면 이를 바라본 사람의 뇌에서도 통증과 연관된 대상회(Cingulate Gyrus) 영역이 활성화되어 아픔을 느끼는 것이다. 이는 교육 이전에 내재된 본성이며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생물학적 실체를 가지고 있다. 타인의 고통을 마치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는 거울뉴런이 가장 잘 배선되어 있는 생명체가 인간인 것이다.
인간은 뼛속까지 사회적이다. 인(仁)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으뜸 덕목이 ‘인’(仁)이라면, 국가의 으뜸 덕목 또한 ‘인’(仁)이다. 결국 격이 높은 사람이란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며, 격이 높은 국가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부터 보살피는 나라이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은 바로 인의 결핍 때문이다. ‘무인불립’(無仁不立) 즉, ‘인’이 없으면 인간관계와 국가는 설 수 없는 법이다.
이제 19대 대통령 선거가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마다 모두 자신이 적임자라고 이야기한다. 누구를 뽑아야 할까? 맹자를 읽다가 문득 그런 상상을 해 본다. ‘맹자가 만일 투표를 하게 된다면 누구를 뽑을까?’ 아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들의 아픔을 공감할 줄 알고 이를 돌볼 줄 아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먼저 살펴보지 않을까?
유학은 동양의 심리학이다. 유학에서는 인간이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다섯 가지를 꼽는다. 바로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이다. 사람은 어질고, 의롭고, 예의 있고, 지혜로우며,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이 중에서도 으뜸 덕목은 ‘인(仁)’이다. 그렇다면 인이란 무엇일까? 맹자는 인의 뿌리를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고 하였다. 즉, 타인의 아픔을 함께 느낄 줄 아는 연민과 공감의 마음이야말로 인의 바탕이라고 한 것이다. 그렇기에 맹자는 최고의 정치를 바로 백성들의 고통에 공감할 줄 아는 즉, 인에 뿌리를 둔 왕도(王道)정치라고 보았다.
맹자의 대답은 거침이 없고 분명하다. 어디에도 의지할 곳 없고, 가장 고통받는 이들을 먼저 위하는 것이 왕도의 가장 중요한 기준임을 밝혔다. 영토 확장에 여념이 없는 제후들을 면전에서 꾸짖은 것이다. 심지어 불인(不仁)한 군주는 쫓아내야 한다는 역성혁명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맹자가 이야기하는 인(仁)은 박애(博愛)가 아니라 선한 사람을 사랑하고 악한 사람을 미워하는 의(義)에 바탕을 둔 사랑이다.
그런 맹자를 제후들이 좋아할 리가 없었다. 그를 받아주는 제후는 당대에 아무도 없었다. 맹자가 이야기하는 왕도정치가 너무 이상적인 것이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맹자는 인(仁)이란 도덕 이전에 인간의 본능이라고 이야기했다. 즉 인간은 남의 고통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본성을 타고났기에 당시에는 구현되지 못하더라도 점점 그런 사회가 되어갈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업맞다. 인(仁)은 본성이다.
신생아실 아이들만 보더라도 한 아이가 울면 연달아 운다. 그런데 정작 아이 자신의 울음소리를 녹음해서 들려주면 울지 않는다. 즉, 신생아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울음에는 울지 않고 다른 아이의 울음에만 반응하는 것이다. 이를 ‘신생아성 반응 울음’이라고 하는데 이는 인간이 타인의 고통에 대해 반응하는 ‘공감’ 기능이 선천적으로 내재화되어 있음을 말해 준다. 이는 뇌 영상으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칼에 손가락이 베어 아파하는 장면을 보면 이를 바라본 사람의 뇌에서도 통증과 연관된 대상회(Cingulate Gyrus) 영역이 활성화되어 아픔을 느끼는 것이다. 이는 교육 이전에 내재된 본성이며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생물학적 실체를 가지고 있다. 타인의 고통을 마치 자신의 고통처럼 느끼는 거울뉴런이 가장 잘 배선되어 있는 생명체가 인간인 것이다.
인간은 뼛속까지 사회적이다. 인(仁)이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으뜸 덕목이 ‘인’(仁)이라면, 국가의 으뜸 덕목 또한 ‘인’(仁)이다. 결국 격이 높은 사람이란 이웃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며, 격이 높은 국가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부터 보살피는 나라이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은 바로 인의 결핍 때문이다. ‘무인불립’(無仁不立) 즉, ‘인’이 없으면 인간관계와 국가는 설 수 없는 법이다.
이제 19대 대통령 선거가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마다 모두 자신이 적임자라고 이야기한다. 누구를 뽑아야 할까? 맹자를 읽다가 문득 그런 상상을 해 본다. ‘맹자가 만일 투표를 하게 된다면 누구를 뽑을까?’ 아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사람들의 아픔을 공감할 줄 알고 이를 돌볼 줄 아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먼저 살펴보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