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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현의 문화카페] 잘 만든 공연장, 여수를 살리다

2017. 03.22. 00:00:00

지난해 1월 여수 망마산 자락에 자리한 GS 칼텍스 예울마루. 사진기자와 함께 대극장 안으로 들어서자 귀에 익숙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가 울려 퍼졌다.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는 날씨에도 공연장은 유스(청소년)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화음으로 훈훈했다.
이날 무대는 예울마루가 겨울방학을 맞아 연세대 음대와 공동으로 진행한 음악캠프 현장. 일주일 앞으로 예정된 합동연주회를 앞두고 연세대 음대생 25명과 유스 오케스트라 단원 70여 명은 세계적인 첼리스트 양성원(50) 교수의 지휘에 맞춰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었다.
연세대 음대가 유스오케스트라와 음악캠프를 열게 된 건 지난 2015년 예울마루에서 연주회를 가진 양 교수의 권유가 계기가 됐다. 최고 수준의 무대에 깊은 인상을 받은 그는 예울마루의 제안을 받고 흔쾌히 학생들과 함께 여수를 찾은 것이다.
근래 예울마루는 국내 음악인들 사이에 ‘한번쯤 꼭 서보고 싶은 무대’로 통한다. 세계적인 지휘자 금난새도 ‘예울마루 팬’이다. 지난 2012년 12월 예울마루에서 송년음악회를 개최한 후 빼어난 시설에 매료돼 이듬해 다시 신년음악회를 개최할 정도다.
예울마루는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GS칼텍스가 사회공헌사업으로 1000억원을 들여 건립한 아트센터다. 지난 2012년 개관 이후 5년간 1349회에 달하는 전시와 공연,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기획해 54만 명이 다녀가는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올 가을 여수는 클래식 음악제를 통해 명실상부한 문화예술의 도시로 거듭난다. 여수상공회의소와 여수시, (재)KBS교향악단 등은 오는 9월1∼3일까지 예울마루에서 ‘KBS교향악단과 함께 하는 제1회 여수음악제’를 개최하기로 했다. 클래식 축제가 시민들의 문화향유를 높이고 예술과 해양을 아우른 관광도시의 구심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여기에는 예울마루에서 공연을 가진 KBS 교향악단과의 남다른 ‘인연’도 한몫했다. 개관 5년 만에 이뤄낸 예울마루의 효과다.
그도 그럴것이 인구 25만 여명의 여수는 5년 전만 해도 변변한 미술관이나 공연장 하나 없는 문화불모지였다. 수준높은 공연을 관람하려면 광주나 서울로 원정을 가야만 했다.
예울마루의 성공은 문화수도를 지향하는 광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적 수준의 클래식 음악제는 고사하고, 뮤지컬이나 클래식 등 개별 장르에 맞는 전용공연장이 없기 때문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이 있긴 하나, 이 역시 다목적 공연장이다. 특히 1991년 개관한 광주문예회관은 광주의 대표 공연장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노후화된 시설과 기획력 부족 때문이다. 그러니 광주 문화계의 숙원인 ‘클래식 음악제’ 창설이 공허하게 들릴 수 밖에 없다.
잘 만든 공연장은 도시를 살리고 시민을 행복하게 한다. 예울마루를 품에 안은 여수의 비상이 기대되는 이유다. 언제쯤이면 광주에도 명품공연장이 들어서게 될런지.
〈편집부국장·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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