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만에 어렵게 추진중인 국립공원 무등산 정상의 공군 방공포대 이전 사업이 이전 장소를 놓고 지역내 갈등을 일으키는 등 불협화음을 빚고 있다. 광주시는 무등산 정상 방공포대 이전 추진 자문단을 구성해 이전 후보지를 오는 3월말까지 선정할 계획이지만, 이전 후보지 대상으로 거론된 지역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5일 광주시에 따르면 주민대표와 시·구 의원, 관련단체, 전문가 등 19명으로 ‘무등산 정상 방공포대 이전 추진 자문단’을 구성·운영해 오는 3월말까지 후보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자문단에서 추천한 예비 후보지를 놓고 타당성 검토 등을 거쳐 최종 후보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그동안 군(軍) 작전성 검토 결과를 토대로 광주시에 ‘광주 군공항’을 포함해 이전후보 대상지 3곳을 추천해달라고 요구했다. 국방부가 사실상 ‘군 공항’을 예비 후보지 중 한 곳으로 언급한 점으로 미뤄, 이 곳이 이전 후보지가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군 공항 보호’라는 본연의 임무 수행에 적합하고 평지여서 작전상 큰 무리가 없다는 점, 대체 부지확보에 따른 비용 부담이 적다는 점 등 장점이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군 공항 이전사업이 전혀 진척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군 공항에 방공포대 등 기피시설만 모아놓은 셈이 될 수 있어 공항 주변 주민의 반발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또 군 공항 이전을 광주시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점을 고려하면 7∼8년 뒤 다시 방공포대를 이전해야 하는 문제가 제기되는 만큼 적절성 논란도 있다.

이에 대해 광주 광산구의회는 지난달 17일 열린 제225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무등산 방공포대, 광주 군 공항 이전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방공포대 이전 후보지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구의회는 “무등산 방공포대까지 공항 안으로 들어오면 광주 군 공항 이전은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탄약고에 방공포대까지, ‘전투 무기 삼종세트’로 전락하는 셈”이라며 광주시에 군 공항 이전에 대한 장기적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광주시는 방공포대가 군 공항으로 이전할 경우 공항 이전사업이 늦춰질 수 있다는 지적에는 군공항 이전사업단 등 관련 조직 신설 등 정상적으로 추진 중인 만큼 우려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시민사회단체가 방공포대 이전 시기와 장소를 둘러싼 불협화음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무등산보호단체협의회는 5일 성명을 통해 “무등산 방공포대 이전과 관련해 이견이 표출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이는 광주시가 풀어야 할 난제 중 하나로 시뿐만 아니라 시민이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방공포대 이전의 공이 공군에서 시민의 몫으로 돌아왔다”며 “폭넓은 시민의견 수렴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권일기자 c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