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무를 잘라냈을까.’

무등산 국립공원 내 수목 수십 그루를 불법으로 벌목한 흔적이 발견돼 국립공원관리사무소와 북구청이 실태 파악에 나섰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누군가가 어떤 목적을 갖고 고의로 나무를 벤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토지 소유주는 국립공원 내 소중한 자연경관이 훼손됐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23일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와 북구청 등에 따르면 무등산사무소 등은 광주시 북구 금곡동 산 25-1번지 ‘선비바위’ 주변 수목 66그루가 무단으로 벌목된 흔적을 발견, ‘자연공원법’·‘산지관리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광주북부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무등산사무소는 지난 6월 초 선비바위 주변 수목들이 불법으로 벌목된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토지 소유주 A씨에게 알렸다.

지난 8월 말 A씨와 함께 현장조사를 진행한 무등산사무소와 북구청은 참나무 25그루, 느티나무 17그루, 기타 활엽수 26그루 등이 허가없이 벌목된 사실을 확인했다. 베어진 나무 중에는 지름이 30∼40㎝에 이르는 것들도 적지 않았다.

A씨는 “처음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의 연락을 받고 ‘잡목 몇 그루 쳐낸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가 지난 7월 현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70그루에 가까운 나무가 베어져 땅바닥에 뒹구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며 “우선 훼손한 사람을 찾기 위해 선비바위 주변에 현수막을 걸었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관계기관과 협의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북구청은 수목 절단면이 매끄러운 점 등으로 미뤄 누군가 전기톱과 같은 기계를 이용해 나무를 벤 것으로 보고 있다.

북구 관계자는 “누군가 나무를 무단으로 벌목한 뒤, 벤 나무를 일정한 간격으로 절단해 땅바닥에 쌓아뒀는데 나무를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반대쪽으로 등산로가 개설돼 있는 것과 달리 선비바위 자체는 일반 등산객의 출입이 잦지 않고, 길을 모르면 찾기 힘든 곳으로 이곳 지리를 잘 아는 사람들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구 금곡마을에서 2∼3㎞ 떨어진 곳에 있는 선비바위는 높이 30∼40m에 달하는 날카롭고 반듯한 대형 바위들이 150m에 걸쳐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형태다. 특히 2008년 이후 새인봉과 함께 암벽등반지로 각광을 받았지만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암벽등반 등이 제한됐다가 이달 중순 허가구간으로 지정·고시됐다.

광주북부경찰도 현장 조사를 마치고 나무를 무단 벌목한 이들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조사를 한 결과 나무를 사용할 목적이라기보다는 공간을 활용할 목적으로 벤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무등산공원사무소 관계자는 “무등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가장 많은 수목들이 훼손된 사례”라며 “자연복원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경인기자 k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