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과 진도 사이의 울돌목(명량해협)은 물살이 빨라 배가 지나기 힘들지만 남해와 서해를 잇는 지름길이어서 많은 선박이 오가는 곳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명량대첩(1597년)을 거뒀던 곳이기도 하다.

또 벽파정(중국을 왕래하는 사신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정자)을 안고 있는 벽파항이 인근에 있다. 고려 후기 무신 김방경이 삼별초군을 진압하기 위해 상륙했던 포구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2011년 이 해역에서 발견된 유물을 불법 매매하려던 도굴범 검거를 계기로 수중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토기, 도자기, 총통 등 다양한 종류 유물 650여점이 발굴되며 해상교역과 군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였음을 확인했다.

연구소는 17일 4월25일부터 지난 15일까지 6개월간 진행한 4차 발굴조사에서 유물 130여점을 추가로 발굴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특이한 물건들이 발견돼 주목됐다. 조사 대상지의 가로 200m, 세로 180m 구역에서 집중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닻돌’(나무로 만든 가벼운 닻을 물속에 잘 가라앉히기 위해 매다는 돌)이 바로 관심의 대상이다. 조사에서는 중국식 닻돌 1점을 비롯해 총 54점을 발굴했다.

이를 토대로 연구소측은 당시 이 해역이 배들이 쉬어가는 정박지나 악천후 시 피항지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중국식 닻돌이 발견된 것은 벽파항이 태안 마도(馬島) 등과 더불어 한·중·일 국제교류에서 중간기착지였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강진에서 제작된 최고급 고려청자도 나왔다. 접시, 잔, 유병 등 청자를 비롯해 백자와 도기들도 발견됐다. 당시 해상 교역에서 강진 도자기가 중국 등에서 인기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부문이다.

임진왜란때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노기(쇠뇌 방아쇠 부분)도 2013년에 이어 두번째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석환(石丸, 돌포탄) 2점도 함께 발견돼 명량대첩로 해역 일대가 과거 격전지였음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소측은 올해 수중지층탐사기(SBP, Sub-Bottom Profiler)로 해저면 하부를 정밀 탐사하고 이상체가 확인된 지점과 유물 집중매장처로 추정되는 곳을 조사했다. 과거 사람 시야와 촉각에 의지했던 조사 방식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최신 장비를 도입함으로써 향후 조사가 기대되고 있다.

한편, 2012년부터 3년간 진행한 세차례 발굴조사에서는 임진왜란 직전 제작된 소소승자총통을 비롯해 국보급으로 꼽히는 ‘청자 기린형 향로 뚜껑’ 등이 발견됐다.

/김용희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