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인 지리산국립공원에는 45종에 걸쳐 213그루의 거대한 나무(거목·Big Tree)가 서식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령이 확인된 거목의 경우 그 나이가 358살(전나무), 가슴둘레의 경우 4m80㎝(들메나무)에 달하는 것도 있었다.

이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2017년 지리산국립공원 지정 50주년을 앞두고 지리산의 생태적 가치 조명을 위해 지난 4월부터 8월 말까지 진행한 전수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이다.

‘거목’은 사람 가슴높이(흉고·1.3m)에서 측정한 나무의 지름(직경)이 신갈나무·굴참나무 등 참나무류는 60㎝ 이상, 구상나무·주목 등 침엽수류 40㎝ 이상, 철쭉·진달래 등 관목류 15㎝ 이상, 노각나무·때죽나무 등 교목류 40㎝ 이상이 되는 커다란 나무를 가리킨다.

국립공원공단 확인한 결과, 지리산 종주능선을 기준으로 북쪽 사면에는 구상나무·주목· 전나무 등 침엽수종 거목이 주로 분포했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남쪽 사면에는 들메나무·사스래나무·서어나무 등 활엽수종 거목이 자생하고 있다. 특히, 저지대에 많을 것으로 예상됐던 나무둘레 2m 이상 거목들이 해발고도 900∼1500m인 아고산대에 집중적으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는 이번에 조사된 자생 거목 213그루 가운데 보전가치가 높은 30그루를 엄선, 체계적으로 관리할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이들 거목 30그루는 우리나라 특산종이자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인 구상나무, 주목, 사스래나무 등 아고산대 수종과 특정식물인 가문비나무 등 보호가치가 높은 수종이다. 아고산대는 식물의 수직 분포에 따라 나눈 지대 구분의 하나로 해발 900∼1500m 사이의 지대로 고산대와 저산대의 사이를 이르는 말이다. 국립공원공단은 조사된 거목 유전자를 확보, 종복원기술원 식물복원센터 수장고에 보존하고, 후계목을 양성하는 등 거목이 갖고 있는 다양한 생물자원정보를 통해 기후 변화 등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거목 연륜분석에 대한 연구도 내년부터 진행된다. 지난 2014년 해발 958m에서 자생하는 흉고직경 145.6㎝인 전나무 한 개체에 대한 분석 결과 수령이 358년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는 지리산 거목 연륜분석을 통해 기후변화 패턴을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관계자는 “탐방로 주변에 위치한 거목을 연결하는 탐방코스를 만들고 연계 해설 프로그램을 마련해 국민이 지리산 생태 가치를 눈으로 확인하고 자연보호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100년 후에도 지리산을 찾는 우리 후손들에게 경이로운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물려 줄 수 있도록 거목의 서식지 보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거목이 자라는 곳은 햇빛이 많이 들지 않아 다른 식물이 자리지 못해 나쁜 영향을 준다고 여길 수 있으나, 거목이 만들어내는 그늘과 토양에서만 자랄 수 있는 특정 식물이나 멸종위기 야생생물들에게는 오히려 알맞은 서식지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생태계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밝혔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