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북 경주에서 강진과 여진이 잇따르면서 지진대피시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광주·전남지역은 지진 대피시설이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전남에 마련된 대피장소는 적기 공습 등 폭격에 초점이 맞춰진 지하시설로, 지진발생 때 지하로 대피할 경우 오히려 더 큰 인명피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지진 발생 시 안전하게 몸을 맡길 수 있는 대피시설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1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이날 현재 비상대피시설은 광주 123곳, 전남 1313곳 등 모두 1436곳이다. 이들 시설 중에는 지진피해에 대비해 만든 시설도 일부 있지만 대다수는 민방위 기본계획 및 집행계획에 따라 적기·미사일·화생방 공격 등에 대비해 만든 지하시설로, 지진 발생 땐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지진 발생 시 지하로 대피할 경우 오히려 더 큰 인명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광주엔 학교 강당·급식실 또는 동(洞) 주민센터 등 지상에 지어진 대피시설이 대부분이지만 지역민들이 대피소 위치 등을 몰라 비상사태 발생시 대피가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또 일부 대피소가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 등 야외에 지정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야외공간이다 보니 날씨가 추운 겨울이나, 지진으로 유해물질 누출 등이 있으면 일정 기간 안전하게 대피할 장소로는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도내에 지정된 대피소는 민방위 비상대피시설로, 지진이나 홍수 등 다양한 재난상황에 대비하기엔 제한적인 게 현실”이라며 “국민안전처에서 지진 등 재난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시설이나 상황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 등을 제작 중”이라고 말했다.

/이종행기자 gole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