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이하 갤노트7) 리콜 사태로 얼어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다시 술렁이고 있다.

LG전자가 내놓은 V20와 애플의 ‘아이폰7’ 출시를 앞두고 아이폰 이전 최고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꼽혔던 블랙베리가 3년 만에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국내 시장에 복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갤노트7’는 리콜에 이은 판매 재개를 통해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을 ‘스마트폰 대전(大戰)’의 최대 관심사는 아이폰7의 성적표다.

지난 16일 미국 등에서 먼저 출시된 아이폰은 기대 이하라는 세간의 혹평 속에서도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북미에서 ‘아이폰6’에 비해 4배나 많이 팔리며 초도 물량이 매진됐는데, 방수·방진, 듀얼카메라 등 기능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갤노트7’ 리콜 사태에 따른 반사이익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아이폰7’ 시리즈의 예상 밖 선전에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1∼3차 출시국 명단에서 빠진 한국은 이르면 10월께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이용자들 사이에서 불거진 소음문제와 미흡한 방수기능에 대한 불만이 흥행의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LG전자는 애플보다 한 달 앞서 ‘V20’을 선보이며 프리미엄폰 시장을 선제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오는 29일 출시되는 ‘V20’은 강화된 오디오·비디오 기능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세계적인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과 협업해 고음질 사운드를 구현하고, 세계 최초로 전·후면 광각카메라를 탑재했다.

LG전자는 최대 46만원의 제휴카드 할인 등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내놓으며, ‘갤노트7’ 사태로 공백이 생긴 시장 선점에 나섰다. 하지만 출고가가 90만원에 육박하는데다, 혁신보다 안정성에 중점을 둬 출시한 신제품이라는 점이 시장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블랙베리는 지난 20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프리브 바이 블랙베리’(PRIV by BlackBerry)를 출시했다. 화면에 뜨는 가상 키보드 외에도 슬라이드 방식으로 빼내 사용할 수 있는 키보드를 탑재했다.

블랙베리가 내세운 ‘프리브’의 강점은 보안이다. 개인정보에 대한 애플리케이션 접근을 모니터링하고, 앱 사용 중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스마트폰 보안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해킹 피해를 효과적으로 차단, 이용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출고가도 59만8000원으로 저렴한 편에 속하지만 이미 글로벌시장에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제품인데다, 국내 매니아층도 적어 좋은 성적을 거둘지는 장담키 어렵다.

‘갤노트7’은 대대적인 리콜을 계기로 재기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까지 국내에 40만대를 공급해 교환을 마무리한 뒤 오는 28일부터 판매를 재개할 방침이다.

교환 첫날인 19일 전체 물량의 5%인 2만여대가 교환됐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예정된 시점까지 교환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교환에 비해 환불을 요청한 ‘갤노트7’ 이용자는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당수 이용자가 환불 등 ‘갤노트7’을 이탈하지 않았다는 점은 삼성전자라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이용자 외 새로운 소비자를 얼마나 더 확보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할 상황이다.

/박기웅기자 pboxer@·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