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로 띄우는 그림편지] <11>체코-정용규
2016년 09월 08일(목) 00:00 가가
알폰소 무하 앞에서 무아지경 되다
프라하 그곳에는 알폰소 무하가 있었다.
질풍노도 청소년기를 광주에서 방황하며 보냈던 아들이 모험과 도전정신으로 꿈을 위해 18세 때 러시아 모스크바로 떠났다.
맑은 물빛 같은 영혼을 가진 어린 아들은 어느새 물 흐르듯 자라 러시아 어학병으로 군대도 가고, 모스크바 국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지금은 대기업에 취업해 13년째 모스크바에서 살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열심히 일해 얻은 성과급 상여금으로 이번 여름휴가는 동유럽여행으로 아빠와 엄마와 아들이 같이 보내자고 한다.
모스크바 공항에서 그 옛날 찬란한 문화를 가졌던 체코 프라하, 별을 사랑한 알폰소 무하가 살았었던 꿈의 도시까지는 4시간 정도 거리였다. 프라하 공항에 도착 후 예약된 호텔로 가는 택시를 탔다. 아들과 택시운전사는 러시아어로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화를 주고받는다. 구소련의 40여년을 무겁고 암울한 지배하에 있었기에 러시아어는 일상이 됐다고 한다. 전 유럽 꿈의 수도, 11세기 로마네스크로부터 18세기 바로크에 이르기까지 모든 양식을 보존하고 있는 도시, 중세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프라하 도시 전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이다.
광장 테라스에서 체코 대표음식, 눈이 휘둥그레지는 맛 ‘꼴레뇨’를 먹었다. 족발 같으면서도 족발이 아닌 부드럽고 촉촉한 맛과 살코기와 뼈가 통째로 나와 그 크기에 놀랐다. 맥주 1잔씩 같이 곁들여 배부르게 먹었는데 가격은 저렴했다.
체코 국민화가로 불리는 알폰소 무하는 선묘적이고 장식적인 문양과 풍요로운 색감, 매혹적인 여성에 대한 묘사는 아르누보를 대표한다. 나는 혼자서 시간을 내어 걷고, 느끼고, 프라하 거리를 유유자적 걸어 천문 시계탑과 블타브강 프라하 최고의 다리 까를교 사이 두 번째 골목에 있는 ‘MUCHA MUZIUM’를 찾아갔다. 입장료는 240코루나를 지불하고 입구에 약간 살이 찐 넉넉한 미소를 띤 마담에게 표를 건네면서 내가 좋아하는 무하의 그림원화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설렌다.
관능적 이미지, 풍요롭고 장식적인 문양, 꽃과 식물을 유기적인 곡선으로 화려하게 표현한 무하 스타일 작품들을 한 작품, 한 작품 감상한다. 그의 매력적이고 장식적인 모티브와 흘러넘치는 듯 풍성한 짜임새 있는 그림들을 집중하며 보면서 감탄하고, 그 세밀한 선들은 기분 좋은 감동을 줬다. 내부 사진 촬영은 금지됐지만 몰래 찍지 않을 수 없는 그 무엇보다 강렬하게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 앞에 나는 서있다.
약 60호 크기, 연필선으로만 표현된 밑그림은 자신만의 선묘 개성으로 여성의 아름다움과 자존감, 고귀함이 더해 느껴진다. 아름다운 여배우의 화장기 없는 민낯을 보는 듯 한 순수함, 스스로 호흡하며 느껴지는 부드러운 바람의 속삭임 같은 선의 흐름이다. 수 년 전부터 누드 드로잉을 해왔던 나이기에 그 선의 흐름에서 무언가 얻어지는 떨림이 소용돌이로 다가온다.
숙소로 가는 프라하 마지막 밤은 얼마나 황홀한 길인가!
은빛 반짝이는 별들의 노랫소리 같은 무하 그림도, 자그만 개미시장 한 구석에서 목공예품을 파는 착한 눈빛을 가진 청년의 손길도. 잔잔히 흐르는 블타브강 까를교에 기대어 선 젊은 연인들의 사랑이야기도, 맑고 경쾌한 종소리 같은 보헤미아 크리스털 잔의 울림부터 낯선 많은 손님들을 위한 천문시계광장 레스토랑 젊은이들의 분주한 손놀림까지, 정작 귀한 것은 그냥 주어지는가?
수개월 전부터 부모를 위해 여행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기쁘게 해주려고 애쓰는 따뜻한 아들의 마음이 느껴져 경쾌한 즐거움이 가슴에 스며온다.
*정용규
-개인전(서울,광주) 11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선정, 심사위원장 역임
-전남미술대전·광주미술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 전국무등미술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질풍노도 청소년기를 광주에서 방황하며 보냈던 아들이 모험과 도전정신으로 꿈을 위해 18세 때 러시아 모스크바로 떠났다.
맑은 물빛 같은 영혼을 가진 어린 아들은 어느새 물 흐르듯 자라 러시아 어학병으로 군대도 가고, 모스크바 국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지금은 대기업에 취업해 13년째 모스크바에서 살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열심히 일해 얻은 성과급 상여금으로 이번 여름휴가는 동유럽여행으로 아빠와 엄마와 아들이 같이 보내자고 한다.
체코 국민화가로 불리는 알폰소 무하는 선묘적이고 장식적인 문양과 풍요로운 색감, 매혹적인 여성에 대한 묘사는 아르누보를 대표한다. 나는 혼자서 시간을 내어 걷고, 느끼고, 프라하 거리를 유유자적 걸어 천문 시계탑과 블타브강 프라하 최고의 다리 까를교 사이 두 번째 골목에 있는 ‘MUCHA MUZIUM’를 찾아갔다. 입장료는 240코루나를 지불하고 입구에 약간 살이 찐 넉넉한 미소를 띤 마담에게 표를 건네면서 내가 좋아하는 무하의 그림원화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설렌다.
약 60호 크기, 연필선으로만 표현된 밑그림은 자신만의 선묘 개성으로 여성의 아름다움과 자존감, 고귀함이 더해 느껴진다. 아름다운 여배우의 화장기 없는 민낯을 보는 듯 한 순수함, 스스로 호흡하며 느껴지는 부드러운 바람의 속삭임 같은 선의 흐름이다. 수 년 전부터 누드 드로잉을 해왔던 나이기에 그 선의 흐름에서 무언가 얻어지는 떨림이 소용돌이로 다가온다.
숙소로 가는 프라하 마지막 밤은 얼마나 황홀한 길인가!
은빛 반짝이는 별들의 노랫소리 같은 무하 그림도, 자그만 개미시장 한 구석에서 목공예품을 파는 착한 눈빛을 가진 청년의 손길도. 잔잔히 흐르는 블타브강 까를교에 기대어 선 젊은 연인들의 사랑이야기도, 맑고 경쾌한 종소리 같은 보헤미아 크리스털 잔의 울림부터 낯선 많은 손님들을 위한 천문시계광장 레스토랑 젊은이들의 분주한 손놀림까지, 정작 귀한 것은 그냥 주어지는가?
수개월 전부터 부모를 위해 여행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기쁘게 해주려고 애쓰는 따뜻한 아들의 마음이 느껴져 경쾌한 즐거움이 가슴에 스며온다.
*정용규
-개인전(서울,광주) 11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선정, 심사위원장 역임
-전남미술대전·광주미술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 전국무등미술대전 초대작가, 심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