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하구에 수달을 비롯한 다양한 멸종위기종이 살고 어류 3종 가운데 1종은 섬진강 고유어종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섬진강이 하구둑에 가로막히지 않고 바다로 흘러드는 ‘열린 하구’를 갖고 있는데다 영산강 등 다른 강보다 비교적 온전히 보전된 탓이다.

9일 환경부에 따르면 국립환경과학원은 지난 한 해동안 섬진강 하구역의 생태계를 정밀 조사한 결과, 멸종위기 야생생물 8종을 포함해 총 996종의 생물종 서식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섬진강 하구역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수달과 2급인 알락꼬리마도요, 큰고니, 독수리, 흰목물떼새, 삵, 기수갈고둥, 붉은발말똥게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8종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물군별로는 식물 330종, 조류 104종, 포유류 5종, 어류 49종, 곤충 250종, 양서·파충류 16종, 담수무척추동물 40종, 기수무척추동물 57종, 식물플랑크톤 86종, 동물플랑크톤 59종이다.

섬진강 하구역은 퇴적물의 90% 이상이 모래로 이뤄진 곳이다. 서해안의 하구가 주로 ‘실트질 토양(모래와 점토 중간 크기 토양입자)’과 유기물 등으로 구성된 것과 비교해 남해 하구의 대표적인 특징과 건강성을 지니고 있다. 섬진강이 과거 모래가람, 모래내, 사천, 다사강 등으로 불리었던 것도 하구에 모래가 많았던 탓이다.

하구지역임에도 섬진자가사리, 돌마자, 동사리 등 ‘고유종 어류’의 구성비가 32.7%(16종 출현)를 기록한 것도 섬진강이 남해 하구의 대표적 특징과 건강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섬진대교부터 다압면사무소 일대까지 23㎞에 이르는 구간에 염분의 농도 차이를 갖는 기수역이 형성되면서 독특한 생물서식 환경도 마련됐다. 기수역은 담수와 해수가 만나 형성되는 지역으로 염분 농도가 담수(0.05%이하)∼해수(3%이상)의 중간지역을 가리킨다. 이 기수역은 공간적으로는 국제규격 축구경기장 2100개에 이르는 15㎢가량의 면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한강하구 다음 규모다. 섬진강 하구역을 대표하는 재첩을 포함한 기수갈고둥, 황어, 숭어, 큰가시고기 등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기수역에 서식하는 생물이 다양하게 관찰됐다.

섬진강 하구역은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검토 중인 곡성군 침실습지, 생태·경관보전지역인 구례군 수달서식지, 지리산 등과 연결된 ‘섬진강 습지축’ 구성에 중요한 요충지로서의 가치도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국립습지센터 관계자는 “섬진강 하구는 하구둑 건설과 같은 개발이 진행된 다른 하구역과는 달리 자연 본래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보전가치가 더욱 높다”면서 “고유 어종이 다수 관찰되고 다양한 생물종이 어우러져 살 수 있게 된 것도 강과 바다가 자연스럽게 만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