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주민 반발에도 정부가 오는 2024년 포화예정인 영광 한빛원전을 비롯한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에 기존에 없던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시설을 건립하기로 확정했다.

정부는 또 원자력발전소에서 타고 남은 폐연료봉(사용후 핵연료) 처리를 위해 오는 2028년까지 영구처분 시설이 들어설 부지를 선정하는 등 고준위 핵폐기물 기본 관리계획을 수립, 확정했다.

정부는 지난 25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6차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이 담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각각 심의·확정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은 ‘방사성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설치된 공론화위원회가 마련한 ‘사용후 핵연료 관리에 대한 권고안’을 반영한 것으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다루는 국가 차원의 최초 계획이라고 총리실은 밝혔다. 하지만 영광주민들을 비롯한 4곳의 원전 소재 주민들은 정부가 이러한 계획을 수립하면서 주민 여론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고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기본계획을 통해 인허가용 지하연구시설(URL), 중간저장시설, 영구처분시설을 같은 부지에 단계적으로 확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날 확정한 기본계획에 따르면 전국 4개 지역 원전에서 타고 남은 폐연료봉을 영구적으로 저장하는 시설 건립은 ▲부지 선정(약 12년 소요) ▲부지 확보 후 중간저장시설 건설 및 인허가용 URL 건설·실증연구(14년 소요) ▲영구처분시설 건설(약 10년 소요) 등의 절차로 진행된다.

오는 2028년께 완료될 것으로 전망되는 부지선정은 ‘부적합지역 배제 → 부지공모 → 부지 기본조사 → 주민 의사확인 → 부지 심층 조사’ 순으로 5단계로 진행된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영구처분장은 오는 2053년부터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원전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고준위 핵폐기물인 폐연료봉에서는 무려 10만년간 인체와 환경에 치명적인 독성물질이 뿜어져 나오는 탓에 지난 1980년대 이후 역대 정부마다 영구처분장 건설을 위한 부지 선정을 추진하다가 국민 갈등만 낳고서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영광 주민들은 정부가 원전 부지 내에 건립하기로 한 단기저장 시설이 영구적인 핵폐기물 처리장으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를 품고 정부가 계획안을 예고한 지난 5월부터 반대 성명서를 내는 등 지속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주민 반발에도 정부는 그러나 영구처분 시설이 확보될 때까지 임시 저장시설이 가득 차게 되는 한빛원전을 비롯한 각 원전 부지 내에 건식저장시설을 확충해 한시적으로 저장하고 원전 가동을 이어가기로 확정했다. 현재 사용후핵연료는 원전 내 물탱크(수조)에 저장 중이며, 중수로형 원전은 2019년부터, 경수로형인 한빛원전 및 고리원전 2024년, 한울원전 2037년, 신월성원전은 2038년에 각각 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광지역 150여개 시민·사회·환경단체로 구성된 한빛원전 범군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주민 반발에도 원자력진흥위의 핵폐기물 처리계획을 확정한 것은 지역 주민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며 “지역 주민 의견 수렴을 통해 대응 방침을 정한 뒤 장기적인 반대 운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