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 바이크
2016년 03월 31일(목) 00:00 가가
1952년, 아르헨티나의 스물세 살 청년 에르네스토와 스물아홉 살 알베르토는 남미 여행을 떠난다. 두 사람은 길 위에서 의대생이었던 자신들의 인생을 바꿀 이들을 만난다. 나환자촌 환자들, 마추픽추 등 위대한 문명을 쌓아 올렸지만 이방인 신세가 되어 버린 인디오들, 일자리를 얻기 위해 광산을 찾아 떠나는 가난한 부부 등. 길 위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에르네스토는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와 다르다”고 말한다.
에르네스토는 1969년 10월 7일 볼리비아에서 살해된다. 알베르토는 훗날 쿠바에서 생물학과 교수를 지낸다. 에르네스토는 사르트르가 ‘20세기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고 칭했던 체 게바라다.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속에 불가능한 꿈을 꾸자’라고 했던 혁명가.
윌터 살레스 감독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2014)는 이들 청년들의 여정을 찬찬히 따라간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카메라가 ‘길’을 따라 움직이며 두 청년을 좇을 때면 가슴이 울렁인다.
두 사람은 ‘낡은 오토바이’에 몸을 싣고 길을 떠난다. ‘모터 사이클 다이어리’를 봤던 이들이라면 모터바이크를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한 탐험가 김현국(‘당신의 탐험’ 대표)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 영화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김현국은 1996년 러시아와 시베리아를 횡단했다. 1만 4000㎞에 이르는 대장정이다. 2014년엔 유라시아 대륙 2만5000㎞를 달렸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교류협력센터 1층(옛 전남도청 별관)에서는 그의 여정을 담은 ‘유라시아, 그 미래와의 만남’ 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장엔 애마 BMW G650-GS가 전시돼 있다. 온갖 사연이 담겨 있는 듯한 육중한 바이크엔 그의 꿈이 함께 보인다. 낡은 옷과 지도 등이 놓인 ‘탐험가의 방’, 세계 각지에서 만난 이들의 모습 등을 담은 사진 자료 등도 흥미롭다.
모터바이크를 타고 유라시아를 달린 김현국은 꿈을 꾼다. 국경이라는 경계를 무너뜨리는 21세기 상상력으로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제 진정한 당신의 탐험을 시작하십시오’ 전시장 출구에 쓰인 글귀다. 전시는 오는 4월24일(무료)까지 계속된다.
/김미은 문화1부장 mekim@
윌터 살레스 감독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2014)는 이들 청년들의 여정을 찬찬히 따라간다. 잔잔한 음악과 함께 카메라가 ‘길’을 따라 움직이며 두 청년을 좇을 때면 가슴이 울렁인다.
모터바이크를 타고 유라시아를 달린 김현국은 꿈을 꾼다. 국경이라는 경계를 무너뜨리는 21세기 상상력으로 세계를 향해 뻗어나가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제 진정한 당신의 탐험을 시작하십시오’ 전시장 출구에 쓰인 글귀다. 전시는 오는 4월24일(무료)까지 계속된다.
/김미은 문화1부장 me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