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모집 중’ 소문냈다고 처벌…영암군, 일제 판결문 확인
2025년 08월 11일(월) 20:35
영암군은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이웃 주민에게 알린 주민을 형사 처벌한 판결문 2건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자료는 1937년 중일전쟁 발발 이듬해인 1938년에 발생한 사건으로, 일본군 위안부 동원과 관련된 소문을 퍼뜨린 혐의로 지역 주민들이 처벌받은 사실을 담고 있다.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정부기록보존소)이 소장하고 있던 원본 판결문과 번역본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는 게 영암군 설명이다.

판결문은 일제 광주지방법원 장흥지청이 1938년 10월 7일과 27일 영암 주민 4명에게 ‘조언비어(유언비어)를 유포해 육군형법을 위반했다’며 실형을 선고한 내용이다.

15세인 딸의 신원을 파악해간 마을 구장(이장)에게 항의했던 한 어머니가 처벌받았다.

10월 7일 판결문을 보면 영암 덕진면에 살았던 송명심 씨는 1938년 8월 8일 영막동 씨로부터 ‘황군 위문을 위해 12세 이상 40세 이하의 처녀와 과부를 모집해 만주로 보내기 때문에 금년 농번기 이후에는 결혼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는 말을 들었다.

며칠 뒤인 8월 15일 심씨는 마을 구장이 당시 15세였던 자기 딸을 포함해 마을의 부녀자 수를 조사한 사실을 알게 됐다.

송씨는 구장에게 찾아가 “황군 위문을 위해 부녀자를 모집한다고 하던데 이를 위한 것이냐”며 항의했다.

육군형법 위반으로 체포된 영씨와 송씨는 각각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10월 27일 판결에서는 이운선 씨가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한만옥 씨가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처벌을 받았다.

영암 도포면 성산리에 살았던 한씨는 이씨에게 “처녀들을 중국에 있는 황군 위문을 위해 모집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이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딸을 둔 사람은 빨리 시집보내라. 당국에서 황군 위문 처녀를 모집 중이며, 나주 방면에서는 이미 3∼4명의 처녀가 중국으로 보내졌다”며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영암군은 일제가 일본군 위안부 제도를 은폐하기 위해 관련 사실을 알린 주민들을 처벌했다는 사실이 판결문을 통해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영암=전봉헌 기자 j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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