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장흥의 낮 최고기온이 16.1도까지 오르는 등 새해 초까지 유난히도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겨울다운 매서운 추위를 좀처럼 실감하기 어렵다. 특히 지난달은 ‘슈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42년 만에 가장 따뜻했던 12월로 기록됐다.

겨울철 고온현상으로 인해 전남 일부 김 생산지에서는 생산량이 줄고, 유통업계에서는 겨울철 의류 판매가 감소했다.

기상청은 당분간 추위가 이어지다가 이달 중순 이후 다시 평년보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42년 중 가장 높았던 12월 평균기온·최저기온=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2월 광주·전남지역의 평균기온은 5.8도로 1973년 이후 42년 만에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한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광주·전남지역 12월 평년(1981∼2010년)기온 3.9℃보다 1.9℃ 높고, 지난 12월 전국 평균기온(3.5℃)보다 2.3℃ 높은 수치다. 두 번째로 12월 평균기온이 높았던 해는 5.4℃를 기록한 1986년이었다.

광주의 경우 지난달 평균기온은 5.3℃로 평년(3.1℃)보다 2.2℃ 높았다.

광주·전남지역의 지난 12월 평균최저기온도 2℃로 지난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관측됐고, 강수량은 52.4㎜로 평년(26.9㎜)의 두 배에 달했다. 평년최저기온은 영하 0.3℃다.

장흥의 경우 지난달 12일 최저기온이 9.6℃로 관측되면서 12월 중 역대 가장 높은 것으로 기록됐으며, 고흥의 최저기온도 9.7℃로 역대 네 번째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광주·전남의 연 평균기온도 평년(13.7℃)보다 0.6℃ 높은 14.3℃로 1973년 이래 최고 4위로 기록됐다.

기상청은 겨울철 고온현상의 원인을 ‘엘니뇨’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0.5℃ 이상 올라가는 현상인데, 올해의 경우 2.5℃ 이상 높은 ‘슈퍼 엘니뇨’가 지속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필리핀 해 부근에 형성된 고기압성 흐름으로 인해 따뜻한 남풍계열의 바람이 우리나라로 유입돼 평년보다 따뜻했다”며 “엘니뇨의 강도는 점차 약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엘니뇨 현상은 봄까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5일부터 광주·전남지역의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이달 중순 이후부터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은 날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부 지역 김 생산량 줄어=지난달 따뜻한 날씨의 영향으로 전남 주요 김 생산지에서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전남해양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신안의 경우 지난 12월부터 최근까지 물김 생산량은 2463t으로 지난해(3381t)보다 27%나 줄어들었고, 같은 기간 해남의 물김 생산량도 1만8884t으로 11.4% 감소했다. 고흥과 장흥도 각각 7∼8%가량 줄어들었다. 과학원은 불안정한 기상과 고 수온이 계속되는 수온정체 현상으로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슈퍼 엘니뇨 탓에 겨울 축제도 직격탄을 맞았다. 오는 16일 예정된 ‘원조 겨울축제’인 인제 빙어축제가 얼음이 얼지 않아 취소됐다. 앞서 전북 무주 남대천 얼음축제, 홍천군의 홍천강 꽁꽁축제, 경기 가평군의 자라섬 씽씽 겨울축제도 취소됐다.

스키장 등 겨울 관광지와 방한용품 업체, 곶감 농가 등도 울상이다. 반면 골프장은 때 아닌 겨울 호황을 누리고 있다.

/김경인기자 k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