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에서 연일 교육관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현직 아테네 시장과 대주교가 선두에 서고 시민이 뒤를 따르는 초대형 시위의 주제는 대학 구조조정이다. 그만큼 교육은 어디서나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그리스와 우리의 이슈는 다르다. 그리스는 무상교육 철회에 반대하는 시위이고, 대한민국의 이슈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학 입시문제다.

우리의 모든 교육제도는 입시에 맞춰지고 입시제도에 따라 변화했다. 대학교육이 국가 인재 육성이냐 개인의 문제냐는 그리스의 관점은 우리와 거리가 멀다.

교육은 문자 그대로 가르치고 키우는 일이고, 학습은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은 전형적인 주입식 교육이다. 이를테면 어린 시절부터 모든 대한민국 국민이 외워온 단테의 신곡, 정약용의 목민심서유의 암기는 주입식 교육의 결정판이다.

왜 우리가 단테의 신곡이라는 책의 제목을 외워야하는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어디에도 없다. 음악·미술·시 등 예술과목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문학·미술·음악교육의 본령은 아이들이 시인과 예술가의 영감을 자연스레 체험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영감을 지닌 이들이 예술가다. 길을 지나는 나그네가 진달래를 보고 ‘색이 곱다’고 감동할 동안 그 진달래에서 핏빛 역사를 읽거나, 생과 사의 무상을 발견하는 이들이 시인이자 예술가다.

우리가 시를 읽거나 음악을 듣고 미술을 감상하는 이유는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것 이상을 보는’ 시인 예술가의 눈을 빌려, 영감과 창의성을 확득하는 길을 배우고자 하기 때문이다. 즉 음악의 부호를 외우고, 바이올린과 리코더를 연주할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거나 화성과 대위법을 아는 것은 예술교육의 본령이 아닌 것이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한국 교육에서 독서를 강조한 지는 벌써 20년 세월이 흘렀다. 80년대 까지의 교육이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쓸데없이 소설책을 읽느냐’는 인식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면, 90년대 이후 우리 교육은 어떠했을까.

물론 거기에는 입시에서 논술과 자기소개를 전형의 한 수단으로 도입한 이후 독서는 꽤 비중있는 영역으로 부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시장은 점점 쇠퇴하고 1인당 도서구매는 퇴보하며, 좋은 책과 출판사는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책을 읽고 자란 세대가 책을 읽지 못하고 자란 세대에 비해 더 책을 사지 않는다는 역설적 상황이 생긴 것이다.

이 역시 독서교육의 본령이 벗어난 때문이다. 이익의 ‘성호사설’, 단테의 ‘신곡’ 식으로 학교에서 지은이와 제목을 무작정 외던 시기를 지나, 추천도서를 찾아 읽게끔 되었지만, 그런 읽기 교육이 올바른 독서문화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면 그 교육은 실패다.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읽는 다는 것은 단순히 ‘안다’는 것과는 다르다. 안다는 말은 ‘감동’과 ‘감흥’처럼 결이 다른 말이다. 하지만 우리 읽기 교육은 단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가에 집중되어 있다. 아이들은 읽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내용을 기억하고 외는 일이 중요해졌고, 그 결과 독서를 힘든 일 피곤한 의무사항처럼 여기게 되었다.

진짜 독서교육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는가’에 달려 있지 않다. 책 속의 좋은 말에 줄을 긋고 줄거리나 멋진 문장을 욀 이유는 더더욱 없다. 포털에 키워드만 쳐도 멋진 구절들이 원문 그대로 줄줄 나오고, 명언 명구는 많다 못해 넘쳐나고 있는 세상을 살면서 ‘왼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읽고 느끼고 반영하고 체화하는 과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한권의 책을 읽고 영감을 얻으면 그것을 사색하고 내 삶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더라도 느낀것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태도가 형성되고, 그 달라진 태도가 예전의 나와 오늘의 나를 달라지게 한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라는 말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학습도 그렇다. 배우면 익혀야하고 가르치면 키워야 한다. 가르치기만 하고 배우기만 하는 학원과 키우고 익히는 학교의 차이가 이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교육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육’과 ‘습’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집중해야 할 과제다.

<지식나눔네트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