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영의 '집과'사람'] 다문화 사회에 따른 모자이크 도시
2015년 04월 17일(금) 00:00 가가
얼마 전 서울 인근의 시화호에서 토막난 시체가 떠올랐다. 남편이 아내를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었는데 특히 그 범인이 중국동포라는 사실에 전국민이 경악했다. 이로 인해 중국동포에 대한 반감이 증가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들이 살고 있는 특정지역에 대한 편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도시가 발달하여 비대해지면 그 도시의 순일성이 사라지고 지역별로 조금씩 특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일례로 서울은 강북과 강남으로 나뉘는데 구도심과 신도심의 차이뿐 아니라, 소득 수준의 차이와 그에 따른 문화적 차이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서울이 더욱 비대해지면서 이주노동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특정지역, 주로 직장이 가까운 공장지대 혹은 집값이 저렴한 동네에서 국적이나 인종별로 모여 사는 경향이 강하다. 그 중에 서울의 서남부 일대는 중국동포들이 많이 살아서 그곳에 가면 상점마다 중국어 간판이 나붙어 있고 거리에는 중국어가 더 많이 들린다.
10년 전만 해도 서울의 여느 거리와 전혀 다를 바 없는 곳이었는데, 중국동포가 많아지면서 어느 새 한국인이 이방인이 된 느낌마저 든다. 문제는 이처럼 지역이 이질화되기 시작하면 기존에 살던 한국인들이 점차 떠나기 시작하면서 그 이질화가 더욱 강해진다는 것이다.
어느 도시의 특정지역이 집값이 저렴한 편이라 서민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치자. 거기에는 공장이 몇 군데 있어서 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점차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원래 살던 한국인들은 서서히 그곳을 떠나기 시작하고, 이에 집값은 더욱 하락하여 외국인 노동자들이 몰리게 되었다.
이제 그곳은 외국인 노동자의 거주비율이 더 많고, 한국인은 노인가구를 비롯하여 더 이상 그곳을 떠날 수 없는 소외된 사람들만이 사는 동네가 되면서 이미지가 더욱 나빠지게 된다. 이른바 섬처럼 고립된 특화지역이 되었고, 한국이면서 한국 아닌 현상이 도시 곳곳에 퍼질 때 그 도시는 다핵구조의 모자이크 도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구조는 미국과 유럽의 대도시에서 예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차이나타운, 리틀도쿄, 무슬림 거주지, 게토(유태인 거주지), 할렘가 등으로 이는 단순히 경제적 불평등을 너머 인종적 혹은 문화, 종교적으로 특화되어 있다.
미국 대도시에서 흑백간의 주거 분리는 이미 주지의 사실인데 여기에는 10%의 법칙이 있다. 중산층 백인 거주지라고 알려진 어느 지역이 있는데 이곳에 유색인종의 전문직 종사자가 새롭게 이주를 해 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처음에는 이 일이 크게 문제시되지 않다가 점차 유색인종이 많아지기 시작하면 그것이 비록 전문직, 중산계층이라 하더라도 기존의 백인 거주자들은 그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나가게 된다.
대개 유색인종이 전체 가구 중에서 10%를 차지하게 되면 기존의 백인들이 떠나면서 그곳은 집값이 하락하여 점차 유색인종화 되는 것이다. 경제적 수준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내 이웃에 유색인종이 사는 것이 싫어 이사를 나가는 것이다.
이처럼 인종적 특화와 격리는 기존의 계층적 분리보다 훨씬 더 가시적이고 고착적이다. 부모는 공장에서 일을 하느라 공장 근처의 동네에서 산다 하더라도 그 자녀는 전문직 종사자가 되어 중산층 거주지로 이사를 나갈 수가 있다. 이는 20세기 한국과 같이 인종적 순일성이 강하고 계층별 상향 이동이 용이했던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점차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여 특정 인종집단이 몰려 살게 되면 그에 따른 혐오감과 편견도 생기게 된다. 그리하여 특정지역의 자녀가 전문직으로 진출하여 주류사회에 편입했다 하더라도 주거지는 중산층 주거지로 이주하지 못한 채 여전히 기존의 거주지역에 계속 거주하게 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처럼 인종적 분리가 계층적 분리보다 훨씬 더 가시적이고 고착적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심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그 맹아가 보이고 있다.
서울의 특정지역이 중국동포들의 집단 거주지로 알려지면서 일종의 낙인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고, 다문화 사회의 도래에 따라 곳곳이 특화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새터민도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은 같은 민족이면서 문화적 차이로 인해 소외받는 경우가 있다. 만약에 이들이 특정 주거지역에 몰려 살기 시작한다면 또 하나의 이질화된 지역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주거지 불평등의 문제는 주로 경제적 계층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지만 이제 급변하는 국제화 시대, 다문화 시대에 부응하여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때다.
<건축칼럼니스트>
도시가 발달하여 비대해지면 그 도시의 순일성이 사라지고 지역별로 조금씩 특성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일례로 서울은 강북과 강남으로 나뉘는데 구도심과 신도심의 차이뿐 아니라, 소득 수준의 차이와 그에 따른 문화적 차이가 나타나기도 했다.
10년 전만 해도 서울의 여느 거리와 전혀 다를 바 없는 곳이었는데, 중국동포가 많아지면서 어느 새 한국인이 이방인이 된 느낌마저 든다. 문제는 이처럼 지역이 이질화되기 시작하면 기존에 살던 한국인들이 점차 떠나기 시작하면서 그 이질화가 더욱 강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구조는 미국과 유럽의 대도시에서 예전부터 진행되어 왔다. 차이나타운, 리틀도쿄, 무슬림 거주지, 게토(유태인 거주지), 할렘가 등으로 이는 단순히 경제적 불평등을 너머 인종적 혹은 문화, 종교적으로 특화되어 있다.
미국 대도시에서 흑백간의 주거 분리는 이미 주지의 사실인데 여기에는 10%의 법칙이 있다. 중산층 백인 거주지라고 알려진 어느 지역이 있는데 이곳에 유색인종의 전문직 종사자가 새롭게 이주를 해 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처음에는 이 일이 크게 문제시되지 않다가 점차 유색인종이 많아지기 시작하면 그것이 비록 전문직, 중산계층이라 하더라도 기존의 백인 거주자들은 그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나가게 된다.
대개 유색인종이 전체 가구 중에서 10%를 차지하게 되면 기존의 백인들이 떠나면서 그곳은 집값이 하락하여 점차 유색인종화 되는 것이다. 경제적 수준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내 이웃에 유색인종이 사는 것이 싫어 이사를 나가는 것이다.
이처럼 인종적 특화와 격리는 기존의 계층적 분리보다 훨씬 더 가시적이고 고착적이다. 부모는 공장에서 일을 하느라 공장 근처의 동네에서 산다 하더라도 그 자녀는 전문직 종사자가 되어 중산층 거주지로 이사를 나갈 수가 있다. 이는 20세기 한국과 같이 인종적 순일성이 강하고 계층별 상향 이동이 용이했던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점차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여 특정 인종집단이 몰려 살게 되면 그에 따른 혐오감과 편견도 생기게 된다. 그리하여 특정지역의 자녀가 전문직으로 진출하여 주류사회에 편입했다 하더라도 주거지는 중산층 주거지로 이주하지 못한 채 여전히 기존의 거주지역에 계속 거주하게 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처럼 인종적 분리가 계층적 분리보다 훨씬 더 가시적이고 고착적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심하지는 않지만 서서히 그 맹아가 보이고 있다.
서울의 특정지역이 중국동포들의 집단 거주지로 알려지면서 일종의 낙인 효과까지 나타나고 있고, 다문화 사회의 도래에 따라 곳곳이 특화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새터민도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은 같은 민족이면서 문화적 차이로 인해 소외받는 경우가 있다. 만약에 이들이 특정 주거지역에 몰려 살기 시작한다면 또 하나의 이질화된 지역을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까지 주거지 불평등의 문제는 주로 경제적 계층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지만 이제 급변하는 국제화 시대, 다문화 시대에 부응하여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때다.
<건축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