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분열과 4·29 재보선
2015년 04월 03일(금) 00:00 가가
이상돈의 '바른 소리'
선거에서 가장 큰 변수는 제3 후보의 등장이다. 이로 인해 한쪽 진영이 분열된다면 다른 쪽 후보가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게 되는데 그런 결과로 역사의 물길이 바뀌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예가 에이브라함 링컨 대통령의 경우다. 노예제도의 점진적 폐지를 주장하는 민주당 후보 스티븐 더글라스에 반기를 들고 노예는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하는 존 브레킨리지가 남부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데다, 노예제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취한 헌법연합의 존 벨이 출마한 4파전 끝에 링컨은 일반투표의 39.7%를 얻는데 그쳤지만 선거인단 선거에 낙승했다.
만일에 민주당이 분열되지 않았더라면 링컨은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고, 그러면 그 후 미국 역사의 흐름이 달라졌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1987년 대선에서 야당이 분열되지 않았더라면 역사의 물줄기가 바뀌었을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자민련과 선진당이라는,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이 있던 충청권은 선거가 3파전으로 치러져 30%대 득표로 당선되는 경우가 흔히 발생했다. 이제는 선진당이 새누리당에 흡수되었기 때문에 현재의 여권은 단일정당으로 뭉쳐져 있다. 반면 야권은 과거에는 민노당과 거기서 파생된 통진당이 있었고, 그리고 지금은 정의당 등 작은 진보정당이 존재하는 등 분열돼 있다.
야권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연대라는 틀 안에서 치른 것도 분열로서는 승리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진당의 실체가 나중에 드러남으로써 야권 연대는 당시 민주통합당에 큰 오점을 남겼다.
다가오는 4·29 재보선에서도 야권 분열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천정배 전 의원이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및 새누리당 후보와 겨루는 광주 서구 을의 경우, 주된 게임은 야권 후보들끼리 각축이지만 정동영 전 의원이 국민모임 후보로 출마하는 서울 관악을과 역시 구 통진당 소속 전직 의원이 출마하는 성남 중원은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커졌다.
돌이켜 보면 야권은 선거를 앞두고 항상 단일화라는 또 하나의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여당 후보는 이미 링 위에서 몸을 풀고 있는데 야권 후보는 링 밖에서 누가 링 위에 올라가느냐를 두고 난타전을 벌이는 꼴이었다.
지난 해 세월호 여파 속에서 치러진 6·4 지방선거에서도 야권이 승리하지 못하고 새누리당이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안철수 신당의 등장으로 인한 야권 분열과 뒤이은 합당으로 야권이 전열을 가다듬지 못하고 선거에 임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 뒤이어 치러진 7·30 재보선에서 야권이 패배하게 된 중요한 원인은 무리한 전략공천이지만 그 못지않게 야권 분열도 큰 역할을 했다. 서울 동작을에서 벌어졌던 소동과 노회찬 전 의원으로의 뒤늦은 단일화 때문에 새누리당 후보가 근소한 표차로 승리한 것이다.
야권의 분열을 극복하기 위한 연대는 통진당으로 인해 그 자체가 의심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대 가능성을 일축하고 선거에 임하는 문재인 대표의 행보는 전적으로 타당하다. 하지만 야권 분열로 인해 승리할 수 있는 야권 후보가 고배를 마신다면 야당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비난에 봉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관악을 선거에서 정동영 전 의원이 출마를 접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는 편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번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전패할 수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에서 야권 분열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전패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야권의 위기를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로 선거 전 분열에 대한 학습효과를 유권자들에게 심어주지 않을까 한다.
이번에 구 통진당 인사들이 무소속 출마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들의 마지막 잔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총선은 통진당 없이 치러지는 총선이라는 점에서 과거와는 양상이 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 새누리당 의원들은 통진당 해산이 다음 총선에 있어 그들에게 큰 악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에 나가는 여당 후보에게 수 천 표에서 많게는 1만 표를 잠식해 가는 통진당 후보만큼 고마운 존재가 없었다.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선거구를 옮겨 가면서 출마하는, 이름깨나 있는 정치인들에 식상한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어느 때보다 야권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신중한 선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중앙대 명예교수〉
(※ 지난 3월 6일자 칼럼에서 김경재 전 의원이 정통민주당 소속이었던 것으로 서술한 부분은 사실이 아닙니다. 김 전 의원과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가장 유명한 예가 에이브라함 링컨 대통령의 경우다. 노예제도의 점진적 폐지를 주장하는 민주당 후보 스티븐 더글라스에 반기를 들고 노예는 사유재산이라고 주장하는 존 브레킨리지가 남부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데다, 노예제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취한 헌법연합의 존 벨이 출마한 4파전 끝에 링컨은 일반투표의 39.7%를 얻는데 그쳤지만 선거인단 선거에 낙승했다.
우리의 경우도 자민련과 선진당이라는,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이 있던 충청권은 선거가 3파전으로 치러져 30%대 득표로 당선되는 경우가 흔히 발생했다. 이제는 선진당이 새누리당에 흡수되었기 때문에 현재의 여권은 단일정당으로 뭉쳐져 있다. 반면 야권은 과거에는 민노당과 거기서 파생된 통진당이 있었고, 그리고 지금은 정의당 등 작은 진보정당이 존재하는 등 분열돼 있다.
다가오는 4·29 재보선에서도 야권 분열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천정배 전 의원이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 및 새누리당 후보와 겨루는 광주 서구 을의 경우, 주된 게임은 야권 후보들끼리 각축이지만 정동영 전 의원이 국민모임 후보로 출마하는 서울 관악을과 역시 구 통진당 소속 전직 의원이 출마하는 성남 중원은 야권 분열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해 세월호 여파 속에서 치러진 6·4 지방선거에서도 야권이 승리하지 못하고 새누리당이 선전할 수 있었던 것은 안철수 신당의 등장으로 인한 야권 분열과 뒤이은 합당으로 야권이 전열을 가다듬지 못하고 선거에 임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에 뒤이어 치러진 7·30 재보선에서 야권이 패배하게 된 중요한 원인은 무리한 전략공천이지만 그 못지않게 야권 분열도 큰 역할을 했다. 서울 동작을에서 벌어졌던 소동과 노회찬 전 의원으로의 뒤늦은 단일화 때문에 새누리당 후보가 근소한 표차로 승리한 것이다.
야권의 분열을 극복하기 위한 연대는 통진당으로 인해 그 자체가 의심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대 가능성을 일축하고 선거에 임하는 문재인 대표의 행보는 전적으로 타당하다. 하지만 야권 분열로 인해 승리할 수 있는 야권 후보가 고배를 마신다면 야당 대표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비난에 봉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관악을 선거에서 정동영 전 의원이 출마를 접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으로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는 편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번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전패할 수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에서 야권 분열로 새정치민주연합이 전패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야권의 위기를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반대로 선거 전 분열에 대한 학습효과를 유권자들에게 심어주지 않을까 한다.
이번에 구 통진당 인사들이 무소속 출마를 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이들의 마지막 잔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총선은 통진당 없이 치러지는 총선이라는 점에서 과거와는 양상이 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 새누리당 의원들은 통진당 해산이 다음 총선에 있어 그들에게 큰 악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에 나가는 여당 후보에게 수 천 표에서 많게는 1만 표를 잠식해 가는 통진당 후보만큼 고마운 존재가 없었다.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선거구를 옮겨 가면서 출마하는, 이름깨나 있는 정치인들에 식상한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어느 때보다 야권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신중한 선택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중앙대 명예교수〉
(※ 지난 3월 6일자 칼럼에서 김경재 전 의원이 정통민주당 소속이었던 것으로 서술한 부분은 사실이 아닙니다. 김 전 의원과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