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람들은 참 열심히 일을 한다. 편의점 청년도, 설렁탕집 아주머니도, 주유소의 머리 희끗한 초로의 직원도 바삐들 살고 있다.

한데 정말 이상하다. 일하는 이들 표정이 그리 밝지 않다. 열을 만나면 웃는 분들은 한둘에 불과하다. 느닷없이 몰아친 철모르는 한파 때문만은 아닐 거다. 벌써 몇 년째 느끼는 것이고 최근 들어선 더 자주 절감한다. 우리네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있다. 과연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일을 하는 이유는 먹고살기 위해서다. 하지만 단순히 먹고사는 데 그친다면 그 일이 신명날 리 없다. 충분히 먹고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유가 생길 때 우린 비로소 웃을 수 있다. 한데, 아무리 일을 해도 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위 임금의 3분의 2 미만을 받는 노동자를 ‘저임금 노동자’로 규정한다. 2013년에 발표된 동 기구의 ‘고용전망보고서(Employment Outlook)’에 따르면 한국의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25.1%로 미국(25.1%)과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13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시간당 6524원 미만을 받는 노동자를 저임금 노동자로 볼 수 있다. 이 기준으로 보아도 한국의 저임금 노동자 비율은 24.7%에 이른다. 일하는 이들 네 명 중 한 명꼴로 저임금 노동자다. 다른 말로 ‘워킹푸어’다.

일을 하는데도 삶은 늘 팍팍한 사람들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아니 외려 늘고 있다. 한데 올해 최저임금이 5580원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서비스업 종사자들 대부분은 이 임금을 받는다. 이들 아니 우리가 어찌 웃을 수 있을까.

아차하면 빈곤층으로 내몰릴 수 있는 한계선상에 500만 명이 서있다. 이들의 웃음을 어떻게 하면 다시 찾아줄 수 있을까. 그 한 방법이 최저임금 인상이다.

사실 최저임금 인상은 세계적인 유행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이 지난해 시동을 걸었고 독일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마침내 한국과 함께 저임금노동자 비율이 높은 미국도 움직이고 있다.

왜 최저임금을 올리려는 걸까? 목적은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수준을 높이려는 것일 게다. 하지만 더 큰 이유가 있다. 저임금 노동을 이대로 방치하다간 경제는 물론 자본주의 자체가 자칫 침몰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오늘의 글로벌 경제는 부채 슈퍼사이클의 끝에 와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는 저축의 시대에서 부채 소비시대로 급속히 변화했다. 우린 지난 30년 동안 거대한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외상으로 소비를 했다.

이는 가계만이 아니다. 기업도 정부도 모든 경제주체가 부채란 스테로이드를 맞으며 성장을 구가해왔다. 이제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할 시점이다. 변제기일이 다가오고 있다.

바로 디플레이션 시대이다. 디플레이션의 중요 원인 중 하나가 총수요의 감소이다. 수요가 줄어드는 이유는 빚에 눌려 소비나 투자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소득이 충분하지 않아서다.

핵심이 여기에 있다.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인플레이션을 유발시키려면 임금 상승을 포함한 경제주체의 소득 상승이 필수적이다. 실질임금 인상은 성장의 필수조건이다. 이게 세계 각국이 서둘러 최저임금을 비롯한 임금을 올리는 진짜 이유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소득 주도 성장만이 해법이다. 하나, 그 시행엔 어려움이 따를 것이 분명하다. 최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체 대부분은 영세하다. 이들이 임금을 올려줄 여력이 있을까. 거의 없다. 무작정 강제한다면 고용 여력을 잃어 실업자가 외려 늘 수도 있다.

여기에 정부의 존재 이유가 있다.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재정을 투입하거나 세제혜택을 줘서라도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현대의 경제 위기는 결국 소비자들이 쓸 돈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대중의 소비 여력을 늘려주는 것, 그것도 빚을 통해서가 아니라 임금 인상을 통해, 그것만이 불황의 유일한 해법이다.

노동자들에게 웃음을 찾아주는 것, 그게 해결책이다.

<경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