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와 커피 향기 바람에 흩날리고. 이탈리아 작곡가 마스카니의 오페라 곡 ‘오렌지 향기 바람에 날리고’처럼, 최근 고흥이 달콤한 유자와 진한 커피 향기로 가득하다. 유자의 고장 고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커피를 상용화했다.

◇2조4800억 시장에 도전=국내 커피시장은 2조4800억원을 넘어서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기후와 토양으로는 커피를 상업적으로 재배하기가 어려워 그동안 수입에 의지해 왔다.

최근 고흥, 제주와 강릉 등지에서 재배에 성공하면서 커피의 국내 재배 가능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는 인류에게는 크나큰 위기지만 새로운 작물 재배라는 가능성도 안겨줬다. 한반도의 기온이 높아지면서 아열대 작목 재배가 가능해진 것이다.

고흥에서도 ‘열정의 씨앗’이 꿈틀대고 있다. 고흥 농민들이 커피나무의 상업화에 성공했다. 또 이들 고흥 농민 30여명은 고흥산 커피농사를 활성화하기 위해 ‘고흥 열대농업 연구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09년 고흥의 젊은 농민들이 주축이 돼 만든 고흥 열대농업 연구회가 고급 커피의 대명사로 알려진 ‘아라비카종’ 커피 생산에 성공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커피를 상업적으로 재배하기 어렵다고 예상했지만 고흥 농민들은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노력으로 커피농사를 일구고 있다.

◇고소득 작목으로 각광=커피는 적도를 중심으로 재배되는 열대작물이다. 최적 생육온도는 16∼28도이며, 5도 이하로 떨어지면 생육이 멈춘다. 0도 이하로 떨어지면 나무가 고사한다.

전남도 농업기술원 과수연구소 관계자는 “열대 과일 재배에 가장 어려운 것은 겨울철 난방비”라며 “농민들이 고소득 작물로 열대 과일에 도전하지만 기후 때문에 어려움이 컸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따뜻한 고흥이 주목받고 있다.

아라비카종은 남미 고산지대에서 나는 고급 커피 종이다. 온난하고 시원한 고산 지대는 화산재 토양이어서 물빠짐이 좋고 습도가 낮아 커피의 조직도를 치밀하게 해서 양질의 커피를 생산할 수 있다. 또 커피는 평균기온이 15∼25도 사이에서 잘 자란다고 한다.

고흥은 풍부한 일조량과 온화한 기후 그리고 자갈 양토가 많은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에 아라비카종 커피나무 묘목이 고흥의 새로운 고소득 작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고흥 열대농업 연구회는 지난 2011년 커피 묘목 15년생 5주 등을 비롯해 200여 주를 시험재배에 성공해 상용화에 들어갔다.

고흥산 커피는 2011년 30㎏, 2012년 50㎏, 올해 80㎏이 생산됐다.

농민들은 5∼10년생 커피나무를 현재 300그루 키우고 있고, 1∼2년생 커피 묘목 15만 그루를 키우고 있다.

커피묘목 1∼2년생은 종자나 상태에 따라 3000∼1만원에 거래되고 있고, 10년생 커피나무는 80만원에서 200만원 정도로 비싸다.

또 고흥에서는 농민 10여명이 시설하우스 6600㎡(약 2000평)에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 국내 커피 재배면적으로는 가장 넓다.

또 커피 마니아들은 커피체리(Coffee Cherry =열매)를 흙에 심어 발아시킨 뒤 나무로 키우고 있다.

수입된 커피체리는 약품처리가 돼 발아율이 낮지만, 고흥산 커피체리는 바로 채취한 것이어서 발아율이 10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흥산 커피체리는 3∼5월에 수확된다. 볶은 커피는 마니아들이 수확하자마자 100g에 40만원 정도에 구입해 갈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열대농업연구회 윤영일 회장은“보통 커피는 산지에서 소비자까지 걸리는 커피 생두 운송물류 기간이 1∼3년으로 길지만 고흥커피는 바로 수확해서 마실 수 있기에 신선함과 고흥의 해양성 기후와 토양이 만들어낸 독특함 때문에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고흥=주각중기자 gjj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