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말∼조선조 초기, 청자와 현저히 다른 양상을 띠는 새로운 도자 양식이 출현한다. 바로 흰색으로 분칠을 한 ‘분장회청사기’(粉粧灰靑沙器)이다. 청자에서는 볼 수 없는 자유분방하고 활력에 넘치는 실용적인 형태와 다양한 분장(粉粧)기법 등이 특징이다.

분청사기는 분장과 무늬를 나타내는 기법에 따라 크게 상감기법, 인화기법, 철화 기법, 귀얄기법, 담금(덤벙)기법 등 7가지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고흥 등 전남지역에서 유행한 덤벙 기법은 백토 물에 ‘덤벙’ 담갔다가 꺼낸 뒤 유약을 입힌 것이다.

고흥군이 사업비 420억원을 투입해 두원면 운대리 일원에 (가칭)‘덤벙 분청사기 문화관’과 문화공원, 청소년 수련시설을 조성한다. 사업비는 문화공원과 청소년수련시설에 170억원, 문화관 건축과 설계에 210억원, 전시물 제작에 4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 청자와 백자 사이 잇는 ‘분청사기’=덤벙 분청문화관은 지하 1층·지상 2층(건축연면적 9793㎡) 규모로 역사문화관, 설화문학관, 분청전시관, 기획전시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또 문화공원과 청소년 수련시설도 함께 조성된다. 덤벙 분청문화관 건립 사업은 2016년 말 준공될 예정이다.

전시실은 고흥의 ‘해양 교류사’를 통해 ▲들어서다 ▲마주하다 ▲빚어내다 ▲함께 나누다 ▲나아가다 등으로 구역을 세분해 고흥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연대기적 흐름으로 보여준다.

‘들어서다’는 바닷길을 통해 고흥으로 진입하는 공간이고, ‘마주하다’는 고인돌 등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의 고흥을 보여준다. 또 ‘빚어내다’는 청자부터 백자까지 생산한 운대리 가마의 대표적인 분청사기를 소개하고, 한·중·일 삼국의 백토분장 도자기를 비교 전시한다.

‘함께 나누다’는 고흥 출신 류몽인(1559∼1623) 선생이 펴낸 조선 설화집 ‘어우야담’(於于野譚)과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국내외 설화문학을 제공하며, ‘나아가다’는 고흥을 빛낸 김일과 박지성 등 인물들과 명소를 소개한다.

사업부지인 운대리 일원은 청자 요지 5곳과 분청사기 요지 25곳 등 모두 30곳의 가마터가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는 전국 최대 규모의 도요지(陶窯址)다. 더욱이 학술적·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1년 12월 문화재청으로부터 사적 제519호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담금(덤벙) 기법은 귀얄과 같은 붓 자국이 없어서 표면이 차분하다. 대접이나 접시의 경우 손으로 굽을 잡아 그릇을 거꾸로 백토 물에 담갔다가 꺼내므로 굽 언저리에는 백토가 묻지 않고 흘러내린 곳만 있게 돼 매우 재미있는 추상성을 보인다.

분청사기 무늬 또한 대범한 모란당초와 모란, 연꽃, 풀과 꽃, 물고기 등을 생략하거나 추상화해 구김살 없는 표현을 보여준다.

◇분청 문화관, 2016년 완공 목표=군은 지난 2012년 5월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용역을 거쳐 같은 해 7월 지방재정 투융자심사와 전략환경 영향평가를 완료했으며, 올 2월 토지매입(9만9885㎡)을 끝마치는 등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후 군은 다음달 건축공사를 발주하고 착공에 들어가 오는 2016년 12월께 준공해 개관할 예정이다.

문화공원(부지 9만9885㎡)에는 류몽인 설화거리와 분청기법 전시장, 휴게마당 등이 조성되고, 청소년수련시설(부지 9만2289㎡)에는 숲속 야영장과 산책로를 비롯해 생태환경 학습장, 다목적 야외 공연장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고흥군 관계자는 “분청사기는 한국인의 심성과 생활감정을 그대로 반영한 예술 창작품”이라며 “청동기 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고흥의 모든 역사 문화자원과 고흥 덤벙 분청사기를 전시·관람·체험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을 확보해 청소들의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문화예술의 가치 향유와 함께 문화관광 소득창출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고흥=주각중기자 gj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