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소방헬기는 팽목항에서 대기한 채 아무 것도 하지 못했을까. 전국에서 출동지령을 받고 날아온 소방헬기는 모두 15대였다. 119에 첫 신고한 고 최덕하(17) 군은 물론 헬기 프로펠러 소리를 듣고 안도했던 탑승객들은 119 대원들이 자신들을 구조해줄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헬기는 사고 한참 후에야 현장에 도착, 인명 구조에 투입되지 못했다.

분초를 다퉈야할 119 소방헬기의 현장 도착 시간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첫 신고를 접수한 오전 8시52분, 부질 없는 가정이지만, 이때 소방 헬기가 신속하게 출동했다면 1시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해 인명 구조에 나설 수 있었을 것이다.

시간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었다. 먼저 최군으로부터 신고를 접수한 전남소방본부에 ‘출동 시간’을 문의했다. 참사 당일 근무자는 핸드폰을 꺼둔 채 연락이 안 됐고, “관련 기록이 모두 압수돼 모른다”는 관계자의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 몇 차례 다시 물었지만 답은 같았다.

이후 광주 및 경남소방본부에 알아본 결과, 지난달 16일 오전 9시35분에서야 출동 지령이 내려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신고 접수 후 43분이 지난 시점이다. 전남을 제외하곤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한 광주소방본부 헬기는 10시37분에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전남소방본부 측이 대기 중인 고위 간부들을 데리고 가줄 것을 부탁, 출동 도중 전남도청에 들렀기 때문이다. 또 전남소방본부만의 대응으로는 벅찬 대규모 재난이라는 점에서, 소방방재청에 뒤늦게 인근 시·도소방본부에 출동 지령을 내린 배경을 물었다. 4119, 5552, 5146, 8916. 상황실, 대변인실, 긴급구조통제단, 구조과 등은 서로 다른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책임 회피에만 급급했다.

이들 기관들은 보도가 나간 뒤에야 해명자료를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시52분 신고를 받고 10시10분 현장에 도착한 전남소방본부 헬기, 전남도청을 경유하는데 5분이 더 소요됐을 뿐이라는 광주소방본부 헬기, 오전 9시26분에서야 보고를 받고 9분이 지나 시·도본부에 출동 지시를 한 소방방재청 등, 과연 이들이 인명 구조를 최우선으로 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이번 참사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지켜본 이들은 정부부처의 무능력과 함께 ‘국민의 생명’보다 우선한 것이 너무도 많았다는 점을 직시했다. 수익 최우선 구조, 청탁과 비리, 책임 떠넘기기, 관료주의, 부처 이기주의 등이 그것이다.

사고 당시를 하나하나 되짚어 정부, 지방자치단체, 언론 등의 대처를 반성하고 바로 잡아야 비로소 국가를 믿고 기다렸던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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