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꿀이 풍년인데도 한숨이 나옵니다. 외국산 저렴한 꿀에 밀려 국산 벌꿀이 설 자리가 없다니까요. 국산 꿀 소비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보성군 득량면 예당리 문승현(54)씨는 30여 년 동안 벌을 길러왔다. 지역 양봉연구회를 이끌어 가면서 연구와 체험으로 고품질 꿀을 생산하기 위해 해외는 물론 전국으로 정보수집에 다니는 ‘악바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사상 유례 없는 벌꿀의 풍작이지만, 문씨의 얼굴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넘쳐나는 꿀을 소비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양봉협동조합마저 재고량이 쌓여 있다는 이유로 올해는 꿀을 납품받지 않기로 하면서 전업양봉농가는 물론 중·소규모 양봉농가의 고통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다.

문씨는 “개인소비 판매로는 한계가 있다”며 “계속 늘어만 가는 꿀을 소비할 수 있는 대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국 학교 급식과 군인들의 반찬 조리 시 첨가 감미료 중 꿀을 사용하도록 권장한다면 소비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국방부, 교육부, 청와대 등에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보성군 양봉협회 총무 김연수(56)씨는 “양봉의 경우 이동경비, 채밀경비, 생활경비 등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며 “최근 불경기 여파로 꿀 소비가 줄어들어 양봉농가의 채산성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의무적으로 수입되는 꿀과 한·중 FTA가 체결될 경우 쏟아질 중국산 꿀 등으로 인해 양봉농가의 미래는 암담하기만 하다.

김씨는 “국산 질 좋은 벌꿀이 제대로 가격을 받고 유통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 협회 등이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현재 보성군에는 230여 양봉농가가 1만2000통에서 벌꿀을 생산하고 있다.

/보성=김용백기자 ky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