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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명문을 잃을 민선 5기 광주시

2012. 09.24. 00:00:00

“골프장만 먼저 개장된다면 광산구민과 광주시민은 어등산을 원래대로 복원하고, 시민쉼터로 만드는 데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 (지난 20일 광산구의회 성명서)
광주시민의 휴식처가 돼야할 어등산 관광단지가 사실상 일부 골프장 이용객의 전유물로 전락하게 되면서 지역민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최근 광주시가 ‘(주)어등산리조트측이 골프장을 먼저 개장하는 대신 유원지와 호텔 등 사업부지를 시에 넘기는 내용 등을 담은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안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는 어등산에 시민 휴식공간과 숙박시설, 그리고 수익사업인 골프장을 동시 개장한다는 애초 계획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강운태 광주시장은 지난 4월 간부회의에서 “어등산의 핵심은 테마파크(유원지)를 잘 만들어 시민에게 되돌려 주는 것이며, 골프장은 인센티브였을 뿐”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광주시는 불과 반년도 안돼 사업자측이 주장해온 골프장 선(先) 개장안을 수용했다. 법원의 조정안을 존중한다는 원론적 입장과 지역사업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내세웠다. 시는 “분쟁이 이어지면 사업자는 매년 100억원이 넘는 이자손실 등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말을 뒤집어 보면 시는 시민 휴식처를 만드는 것 보다 사업자의 손실이 더 걱정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시가 궁색하게 내놓은 사업자의 투자손실 주장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주)어등산리조트의 실제 주인인 금광기업은 그동안 어등산관광사업의 사업주체가 4번(삼능→금광→모아→금광)이나 바뀌는 과정에서 2번째 사업자로 나섰다가 포기하고, 마지막 사업자로 다시 뛰어든 업체다. 이익을 우선하는 사기업에서 과거 손댔던, 뼛속까지 알고 있는 사업을 다시 붙잡았다는 것은 돈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사업자는 무슨 배짱인지 공동 개장해야하는 핵심사업 개발은 뒷전인 채 1100억여원(사업자 주장)을 투자해 골프장만 짓더니 우선 개장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논리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과 광주시 중 한곳이라도 ‘동시개장’인 사업원칙을 고수한다면 큰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기업 스스로 위기를 만든 꼴이 됐다.
다행히(?) 법원에서 각종 명목을 달아 골프장 선 개장안을 내놓고, 광주시도 지역업체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잘 짜여진 각본같기도 하고, ‘눈가리고 아웅식의 행태’로도 오해받기 충분한 대목이다.
이 때문에 광주시는 원칙과 명분을 모두 잃고, 행정의 신뢰마저 추락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원칙면에선 향후 다른 사업을 추진할 때도 사업자의 입맛에 맞게 원칙이 바뀔 수 있다는 안좋은 선례를 남기게 됐다는 점이다. 명분면에선 지역사업자들이 자금난 등을 이유로 사업계획 변경이나 사업지원 등을 요청할 경우 시장논리에 따르라며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을 잃게 됐다는 점이다.
‘특권과 반칙없는 세상’이란 구호를 들고 16대 대통령에 당선됐던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어록 한 대목이 떠오른다. “원칙이 반칙에 의해 좌절되고, 상식이 특권에 의해 훼손되는 사회에서는 신뢰가 피어나지 않는다”
/사회부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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