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하다. 금융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두들 궁금해 한다. 지난 주말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와 주요 G-20 중앙은행총재·재무장관 회의에서도 세계경기 전망에 대하여 열띤 토론이 있었지만 아직 뾰쪽한 답을 구하지는 못한 것 같다.

해법을 구하기 위해서는 금융위기의 원인이 무엇이었나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세계경제 불균형(global imbalance)’이 가장 근본적인 원인 중의 하나가 아닐까? 현재 세계경제의 쌍두마차는 미국과 중국이다. 이 두 국가 사이에 심각한 무역 불균형이 발생해 왔다.

미국은 심각한 무역 적자를, 반면에 중국은 대규모의 무역 흑자를 기록해 왔던 것이다.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엄청난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축적하고, 이를 미국 등의 선진국 국채나 투자은행 예금 등에 운용하였다. 이 덕분에 미국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유동자금을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까지 쉽게 빌려주는 ‘돈 잔치‘를 치르다가 위기가 터진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세계경제 불균형’이 해소된 것일까? 2008년 9월 15일 리먼사태가 터지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국은 여전히 무역적자를, 중국은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신용도가 낮은 불량채권에 우량 신용등급을 부여하여 버블을 부추겼던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최근 미국의 국가신용도 평가를 낮추어 국제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줄 정도로 아직도 폭발적인 위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고수익 고위험 투자의 발판이 과잉 유동성에서 비롯되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의 처방은 저리의 풍부한 유동성 공급이었다. 아울러 부실한 자금운용으로 위기를 촉발한 주체였던 국제투자은행들은 아직도 국제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예나 다름없는 국제금융환경 하에서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국제금융시장의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국제투기자금은 언제든지 우리 금융시장을 요동시킬 수 있다. 고수익을 노리는 투기자금은 고위험 투자처에 몰리는 속성이 있다. 최근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투자처도 이러한 고위험 투자 대상의 하나로 이해된다.

개별 저축은행의 이러한 투자행태는 금융감독기관의 면밀한 미시감독기능에 의해 예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가 여러 기관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사전에 이를 감지하고 경고하는 거시 감독기능이 강화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바로 이러한 거시 감독기능을 누가 수행하는 것이 좋겠는가 하는 논의가 3년 전 세계 금융위기 발발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결제은행(BIS), 금융안정위원회(FSB), G-20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이를 중앙은행이 수행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특히 영국의 경우에는 금융감독청이 수행하던 개별금융기관에 대한 미시 건전성 감독까지 중앙은행 단독으로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짓고 중앙은행의 권한을 강화하는 입법활동이 진행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국회를 중심으로 이러한 국제적인 흐름을 감지하고 제도개편을 서두른 결과, 금년 8월 말 한국은행에 기존의 ‘물가안정’ 책무 외에 ‘금융안정’의 책무를 부여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동 개정법에 의거, 앞으로 한국은행은 연 2회 국회에 보고하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금융기관 및 금융시장의 거시 건전성을 점검하고 대비책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금융위기의 조짐이 보이면 중앙은행은 최종 대부자로서 긴급 유동성을 이전보다 신속하게 투입하여 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조기에 진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저축은행을 비롯한 비은행권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권이 한국은행에 새로 주어졌는데, 다시는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 및 금융당국과 협조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장택규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