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긴 골목길·셔터 내린 상가들 … 도심 쇠락 부채질
2010년 03월 24일(수) 00:00 가가
<제3부-주거도시 광주> ② 아파트·대형마트, 주거지에 어떤 영향 미치나
광주지역 내 단독주택지역이나 공공기관 이전 부지에는 주로 아파트나 대형 마트가 들어서고 있다. 광주시 동구 금남로공원과 같이 공공기관 이전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전기관·시설의 경제적 수익을 위해 대부분은 이 같은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아파트와 대형 마트의 등장으로 인한 첫 번째 변화는 주변 단독주택 주거지에 차량 통행량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아파트와 대형 마트가 자동차 중심의 시설이기 때문이다. 반면 도보 통행량은 크게 줄어들고, 그에 따라 주변 주거지 내 슈퍼마켓이나 음식점 등의 매출은 큰 폭으로 감소하게 된다. 또 아파트의 경우 인근 단독주택지역과는 달리 주민들의 근거지가 아파트 단지 내로 한정되기 때문에 단독주택지역 주민들과의 일상적인 교류가 사라진다. 단독주택지역과 대형 마트 또는 아파트가 같은 지역에 있지만, 거주민이나 이용자들은 서로 다른 삶의 패턴과 방식으로 인해 구분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아파트나 대형 마트가 들어선 구도심 일대를 찾아 이들 건축물이 인근 주거지에 미치는 영향을 거주하는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살펴봤다. ◇ 광주시 서구 양동 ‘발산지역’=광주시 북구에서 서구를 연결하는 양동로를 기준으로 서구 발산지역은 고층 아파트와 단독주택지역으로 나뉜다. 이 발산지역은 사직공원∼광주공원∼발산으로 이어지는 구도심 녹지 축의 마지막에 해당된다. 이 양동로 오른쪽 단독주택과 녹지가 있는 자리에 고층 공동주택을 짓는 공사가 추진돼 최근 마무리단계에 있다. 녹지를 가로막듯 최고 20층의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도시 경관을 저해하는 등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 아파트 주변과 건너편에는 여전히 단독주택이 존재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30년 동안 살면서 7년째 슈퍼마켓을 운영중인 김모(여·63)씨는 “건너편에서 살던 고객들이 모두 이사하고 난 뒤 매상이 절반으로 떨어졌다”며 “아파트 입주민들은 단지 내 슈퍼마켓이나 대형 마트로 갈 것이 당연하니 희망도 없다”고 말했다.
이 인근에는 문 닫은 가계나 빈 집, 공터도 눈에 띈다. 슈퍼마켓에서 막걸리를 마시던 이모(57)씨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인생인데 일거리가 없어 놀고 있다”며 “거주주민 대부분이 저소득층에 노인들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골목길 곳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거의 없으며, 밤이 되면 동네 일대가 ‘어둠’과 ‘정적’에 휩싸인다고 이씨는 덧붙였다.
◇ 광주시 동구 계림동 옛 광주시청 부근=지난 2004년 광주시청이 현재의 서구 치평동으로 이전하면서 3년 동안 빈 건물과 부지는 그대로 방치됐다. 2천여 명에 달하는 공직자와 민원인들로 북적였던 이 일대는 시청 이전과 동시에 공동화 문제를 겪으며 쇠락해갔다. 이에 따라 동구 계림1동 주민들이 ‘시청이전대책 추진위’를 구성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며, 지난 2007년 대형 마트인 홈플러스가 이 자리에 들어섰다.
맞은편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최모(58·여)씨는 “그나마 홈플러스가 들어와 나아졌다고 하지만 걸어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 분위기는 안 좋다”며 “슈퍼마켓이나 식당들도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약국 바로 옆 건물도 셔터가 내려진 채 비어있었다.
3년 전부터 식당을 운영중인 김모(37·여)씨는 “한참 마트 공사가 진행될 때에 비해 매상이 70% 이상 줄었다”며 “마트 직원이나 이용자들이 모두 마트 내에서 소비하기 때문에 아무런 보탬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음식점이나 슈퍼마켓, 공구점 등 상당수의 점포들이 점심시간을 막 앞둔 오전 11시30분임에도 불구하고, 점포주 혼자 텅 빈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 광주시 북구 풍향동 일대=지난 16일 오전 광주시 북구 풍향·계림3구역 주택재개발추진위원회 사무실에는 위원회 총무인 장모(47)씨와 주민 이모(70)씨 등이 앉아 있었다. 이들은 바로 맞은편은 이미 계림 5-1구역에 두산 위브 아파트가 들어섰고, 주변 지역 모두가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을 앞두고 있다며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장씨는 “주민들의 동의율이 92.5%로 대부분이 재개발을 원하고 있지만 이미 승인된 여러 재개발구역에서 사업 착수를 못해 이 지역의 구역 승인이 늦어지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2층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이씨는 “35년째 이 동네에서 살고 있는데 사는 것에 별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며 “그런데 주변이 모두 아파트인데, 아무래도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만 뒤처진다는 생각에 재개발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이 단독주택지역 내에 변변한 놀이터나 주차장도 한 곳 없으며, 여름마다 침수 피해가 난다”고 덧붙였다.
4차선 도로를 앞에 두고 658세대의 두산 위브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지만 맞은 편에는 셔터를 내린 점포들이 즐비했다. 아파트 주민들이 인근 단독주택지역 내 상업시설보다는 단지 내 혹은 대형 마트 등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 재개발로 인해 기존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빠져나가고 외지인들이 새롭게 진입하면서 과거 ‘같은 동네’라는 개념이 사라졌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아파트 단지와 단독주택지역이 분리된 것이다.
두산 위브 분양 당시 658세대 중 24.8%인 163세대를 원주민들이 분양받았으나, 이 중 상당수가 분양권을 전매하고 다른 곳으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5년 전부터 이 인근에서 살고 있는 문모(68)씨는 “솔직히 재개발을 원하지 않는다”며 “아파트에 들어갈 돈도 없고, 이자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단독주택지역 재생의 길 없나=광주지역의 단독주택지역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대부분이 재개발 예정지로 돼 있으며, 건설 불경기나 미분양 가능성 등으로 인해 그 시기만 지체되고 있을 뿐이다. 단독주택지역의 실질적인 주거환경 개선 노력이 미흡한 반면 경제성만을 강조한 고층 아파트 건립만이 유일한 대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고층 아파트와 대형 마트 등으로 인해 도시는 갈수록 황폐해지고, ‘분리’돼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독주택지역 주민들이 재개발을 원하는 원인은 ‘살기 불편함’과 ‘집 값 하락’에 있다. 이 두 가지 원인은 서로 상관관계가 있으며, 연쇄효과를 일으키며 쇠락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광주지역 단독주택지역에 대한 도로·공원·주차장·방범시설 등 전반적인 기반시설에 대한 조사를 근간으로 한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일정기간이 지난 노후 주택에 대한 개선을 위한 공적자금 지원, 원주민의 정착을 전제로 한 커뮤니티센터 등 공공시설의 설치 등의 중단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단독주택지역 내 거주민의 상당수가 저소득층이나 고령자라는 점을 감안한 주거비용 부담이 적은 소규모 공공주택의 공급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단독주택지역의 초고층 아파트 개발을 전제로 한 광주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의 전면적인 수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윤현석기자 chadol@kwangju.co.kr
이들 아파트와 대형 마트의 등장으로 인한 첫 번째 변화는 주변 단독주택 주거지에 차량 통행량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아파트와 대형 마트가 자동차 중심의 시설이기 때문이다. 반면 도보 통행량은 크게 줄어들고, 그에 따라 주변 주거지 내 슈퍼마켓이나 음식점 등의 매출은 큰 폭으로 감소하게 된다. 또 아파트의 경우 인근 단독주택지역과는 달리 주민들의 근거지가 아파트 단지 내로 한정되기 때문에 단독주택지역 주민들과의 일상적인 교류가 사라진다. 단독주택지역과 대형 마트 또는 아파트가 같은 지역에 있지만, 거주민이나 이용자들은 서로 다른 삶의 패턴과 방식으로 인해 구분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골목길 곳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거의 없으며, 밤이 되면 동네 일대가 ‘어둠’과 ‘정적’에 휩싸인다고 이씨는 덧붙였다.
◇ 광주시 동구 계림동 옛 광주시청 부근=지난 2004년 광주시청이 현재의 서구 치평동으로 이전하면서 3년 동안 빈 건물과 부지는 그대로 방치됐다. 2천여 명에 달하는 공직자와 민원인들로 북적였던 이 일대는 시청 이전과 동시에 공동화 문제를 겪으며 쇠락해갔다. 이에 따라 동구 계림1동 주민들이 ‘시청이전대책 추진위’를 구성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며, 지난 2007년 대형 마트인 홈플러스가 이 자리에 들어섰다.
맞은편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최모(58·여)씨는 “그나마 홈플러스가 들어와 나아졌다고 하지만 걸어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 분위기는 안 좋다”며 “슈퍼마켓이나 식당들도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약국 바로 옆 건물도 셔터가 내려진 채 비어있었다.
3년 전부터 식당을 운영중인 김모(37·여)씨는 “한참 마트 공사가 진행될 때에 비해 매상이 70% 이상 줄었다”며 “마트 직원이나 이용자들이 모두 마트 내에서 소비하기 때문에 아무런 보탬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음식점이나 슈퍼마켓, 공구점 등 상당수의 점포들이 점심시간을 막 앞둔 오전 11시30분임에도 불구하고, 점포주 혼자 텅 빈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 광주시 북구 풍향동 일대=지난 16일 오전 광주시 북구 풍향·계림3구역 주택재개발추진위원회 사무실에는 위원회 총무인 장모(47)씨와 주민 이모(70)씨 등이 앉아 있었다. 이들은 바로 맞은편은 이미 계림 5-1구역에 두산 위브 아파트가 들어섰고, 주변 지역 모두가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을 앞두고 있다며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장씨는 “주민들의 동의율이 92.5%로 대부분이 재개발을 원하고 있지만 이미 승인된 여러 재개발구역에서 사업 착수를 못해 이 지역의 구역 승인이 늦어지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2층 단독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이씨는 “35년째 이 동네에서 살고 있는데 사는 것에 별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며 “그런데 주변이 모두 아파트인데, 아무래도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들만 뒤처진다는 생각에 재개발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이 단독주택지역 내에 변변한 놀이터나 주차장도 한 곳 없으며, 여름마다 침수 피해가 난다”고 덧붙였다.
4차선 도로를 앞에 두고 658세대의 두산 위브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지만 맞은 편에는 셔터를 내린 점포들이 즐비했다. 아파트 주민들이 인근 단독주택지역 내 상업시설보다는 단지 내 혹은 대형 마트 등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 재개발로 인해 기존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빠져나가고 외지인들이 새롭게 진입하면서 과거 ‘같은 동네’라는 개념이 사라졌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아파트 단지와 단독주택지역이 분리된 것이다.
두산 위브 분양 당시 658세대 중 24.8%인 163세대를 원주민들이 분양받았으나, 이 중 상당수가 분양권을 전매하고 다른 곳으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5년 전부터 이 인근에서 살고 있는 문모(68)씨는 “솔직히 재개발을 원하지 않는다”며 “아파트에 들어갈 돈도 없고, 이자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단독주택지역 재생의 길 없나=광주지역의 단독주택지역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대부분이 재개발 예정지로 돼 있으며, 건설 불경기나 미분양 가능성 등으로 인해 그 시기만 지체되고 있을 뿐이다. 단독주택지역의 실질적인 주거환경 개선 노력이 미흡한 반면 경제성만을 강조한 고층 아파트 건립만이 유일한 대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고층 아파트와 대형 마트 등으로 인해 도시는 갈수록 황폐해지고, ‘분리’돼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단독주택지역 주민들이 재개발을 원하는 원인은 ‘살기 불편함’과 ‘집 값 하락’에 있다. 이 두 가지 원인은 서로 상관관계가 있으며, 연쇄효과를 일으키며 쇠락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광주지역 단독주택지역에 대한 도로·공원·주차장·방범시설 등 전반적인 기반시설에 대한 조사를 근간으로 한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일정기간이 지난 노후 주택에 대한 개선을 위한 공적자금 지원, 원주민의 정착을 전제로 한 커뮤니티센터 등 공공시설의 설치 등의 중단기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단독주택지역 내 거주민의 상당수가 저소득층이나 고령자라는 점을 감안한 주거비용 부담이 적은 소규모 공공주택의 공급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단독주택지역의 초고층 아파트 개발을 전제로 한 광주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의 전면적인 수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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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광주시 북구 풍향동 일대와 이미 준공된 재개발 아파트. |
/윤현석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