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대책과 웰 다잉(Well-dying)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소중한 경험과 추억을 담아 자서전을 펴내 후대에 삶의 지표를 주는 뜻깊은 일을 해낸 어르신들이 있다.

이처럼 ‘폼나게’ 남은 인생을 정리하시는 주인공은 바로 김일성·김해진·박공님·박주룡·선남규·유점숙·이선희·이용형·정광랑·조은자·황영애 씨 등 11인이다.

이들이 지난해 8월 ‘광주서구문화센터 내 인생의 자서전 학교’에 입학해 6개월 동안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공동자서전 ‘삶이 피어난 자리-11인의 이야기’(엔터 펴냄)를 냈다.

하지만 이들의 써내려간 삶의 이야기는 이름을 남긴 위인전의 그것처럼 거창하거나 위대하지 않다. 170여 쪽에 이르는 자서전에는 가정주부로, 선생님으로, 공무원으로 나름 굴곡진 삶을 살았던 어르신들의 인생경험과 삶의 순간들이 빼곡히 적혀있다.

6·25 전쟁 후 못 먹고 굶주렸던 경험, 배움에 목말라 끝까지 공부의 끈을 놓지 못했던 아픈 기억, 고난의 인생행로에 힘이 되어주었던 가족이야기 등 저마다 마음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놓았다.

이번 자서전 학교 강의를 맡았던 이계양씨는 “작고 소박하고 부끄러운 것들이어도 아름답고 소중한 자서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자서전을 통해 공개된 어르신의 산 인생경험이 많은 이들에게 공유되어 후대인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프로그램을 운영한 광주서구문화센터 관계자는 “지난 8월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실버프로그램으로 운영한 ‘내 인생의 자서전 학교’의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며 “이번 프로그램이 어르신들 인생에 있어 새로운 가치를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큰 보람이다”고 밝혔다. 문의 062-654-4321.

▲임진숙·광주서구문화센터 문화체육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