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 보조금 집행이 꼬일 대로 꼬이고 있다. 이번에는 5억원을 지원한 ‘한우촌 보조금 지원사업’이 도마위에 올랐다.

사업이 시행되기도 전에 보조금을 지원할 특정 대상자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추진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되면서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농업정책보조금 등 국비를 지원받으려면 지자체도 지방비를 부담해야 하는 선행조건이 따른다. 일종의 매칭펀드(matching fund)다.

한우촌 사업의 경우 사업계획 단계부터 신정훈 시장의 측근 개입설이 나돌았다. 측근 개입설은 전형적인 ‘밀실행정’에서 불거졌다는 게 나주시민들의 견해다.

문제는 사업 추진과정에서 축산물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축협까지 사업 대상자에서 의도적으로 배제시켰다는 점이다. 상품의 생산에서부터 유통과정에 이르는 과정을 훤히 꿰고 있는 축협이 배제됐다는 것은 아이러니에 가깝다.

나주시의 변명도 걸작이다. 사업을 시행하면서 일부 인사들에게 정보를 흘려놓은 뒤 읍·면·동에 사업신청을 받는다는 행정절차를 밟았다. 삼척동자가 봐도 ‘밀실행정’이라는 지적을 면피하기 어려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당시 심의에 참여했던 선정위원의 해명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선정위원은 이미 짜여진 각본에 맞춰 선정 위치와 대상자를 낙점한 뒤 농정발전위원회 등 심의라는 요식행위를 가졌다고 말하고 있다.

한우촌 사업뿐만 아니다. 정부의 농업정책에 따라 추진된 대부분의 사업에서 나주시는 비위 의혹을 비켜가지 못하면서 끊임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업무상 배임혐의 등으로 광주고법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현재 직무 정지중인 신정훈 시장의 사건도 이번 ‘한우촌 건립사업’의 진행과 유사한 경우다. 신청자격도 갖추지 못한 특정인을 화훼단지 조성사업자로 사전 낙점해 사업을 진행, 급기야 불행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보조금 사업과 관련, 나주시의 정책추진은 민선 1기 시장이었던 나모씨가 사법당국에 입건된데 이어 현 시장의 직무정지 사태로 파문이 확산되는 추세다. 나 전시장이 추진했던 퇴비공장 지원사업이 신정훈 시장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이래저래 지자체 보조금 사업은 시민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공무원 3명이 사법기관에 입건돼 벌금형을 받은 금천면의 RPF공장조성사업, 산포면 육가공공장 육성사업 등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우촌 조성사업에 참여한 사업자들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6개월 만에 3분의 1로 매출이 급감한 현실에서 나주시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를 고려한 나주시가 또다시 광고비 등으로 7천600여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깨진 독에 물붓기식’이라는 시민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체계적이면서 투명한 보조금 지원사업이 아쉽다.

/최승렬 사회2부 차장, 나주 주재 sr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