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교향악단 수장으로 독일에서 활동중인 구자범씨가 언급된 건 지난해 말부터였다. 1년간의 객원 체제와 공채까지 진행했지만 적임자를 찾지못하고 허송세월을 보낸 광주시가 꺼내든 카드였다.
광주문예회관측이 구씨와 접촉에 나섰지만 걸림돌은 연봉이었다. 기존 지휘자의 연봉은 6천200만원. 울산·대전시향의 1억원∼1억5천만원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액수였다. 회관측은 올해 8천만원으로 올린 후 내년에 1억원을 지급하겠다는 제안을 했고, 조건 등을 조율하자며 귀국을 요청했다.
구씨는 2월초 귀국, 단원들과 워크숍을 가졌고 이후 광주시와 면담을 통해 계약 조건에 합의했다. 연봉 10만달러, 비행기표 제공, 주 3일 근무 대신 연간 10회 연주· 90일 체류. 한마디로 구씨를 위한 ‘맞춤형 조건’이었다.
타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진행된 일이었지만, 한 지역 예술인의 말처럼 이 지역의 문화 마인드로는 ‘상상할 수 없는’ 파격적인 계약이다. 그래서 문화계가 현재 가장 궁금해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누가 시의 ‘마인드’를 바꿔놓았는가 하는 점이기도 하다.
구씨 영입에 대해서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번 기회에 시향의 대대적인 변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아쉽게도 시향에 대한 외부 평가는 그리 높지 않다. 특히 1년 넘게 지휘자가 공석이었던 탓에 시향은 침체기에 빠져 있었다.
무사안일에 젖은 일부 단원들의 실력 부족은 연주회에서 그대로 드러나 클래식 팬들의 비판을 받았다. 유학파 젊은피 수혈 문제도 자주 언급됐다. 조직 내 ‘라인’에 대한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2일 기자들과 만난 구 씨는 시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조례 때문에 계약서에 명시할 수는 없었지만 ‘까다로울 정도’로 다짐을 받았다고 했다. 일종의 이면계약인 셈이다. 단원 선발 과정의 변화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시향 운영과 관련해 ‘전권’을 위임받은 듯했다. 그는 문화계 고질병인 학연·지연에서도 자유롭다.
구씨 영입은 시립예술단체 전체에 영향을 미칠 듯하다. 만약 단원선발이나 오디션, 작품 제작 등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있다면 타단체도 그 물결을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다. 시 역시 시향에만 파격적인 지원을 해줄 수는 없는 일이다.
시립단체들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세금으로 운영되는데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마니아들은 ‘수준’을 이야기하며 등을 돌리고 있다. 타 시도에 비해 열악한 봉급 등 개선되어야 할 점도 분명 있지만 단원들 역시 스스로를 돌아보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구자범 효과’가 좁게는 시향과 시립예술단체에, 넓게는 광주문화판에 새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해 본다.
/김미은 문화부 차장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