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선거 방식을 둘러싸고 불거진 광주음악협회의 내홍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한 지붕 아래 두 명의 회장이 등장했고, 회장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다툼으로 확대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지난 20일 광주문예회관에서 열린 광주음악협회 총회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이날 총회는 지난 14일 법률 자문 등을 받은 후 현 정관에 따라 간선제로 뽑힌 서영화 회장을 추인하고 집행부를 구성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일부 회원들이 “잘못된 정관을 구실 삼아 관례를 깨고 간선제로 뽑힌 회장은 인정할 수 없다”며 직선제를 요구하고 나서 격론이 벌어졌다.
이날 총회에서는 “출신 학교가 뭐 그리 중요하냐” “이전투구식 선거판이 싫다” “반성하지 않고 일을 밀어부치는 이들 때문에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일회용 회원, 표몰이” 등 거침없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예상대로 양쪽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서 회장을 인정하는 회원들은 반쪽회의에서 신임 집행부를 구성했다. ‘직선제’를 주장한 회원들은 강숙자 후보를 회장으로 선출했다.
이번 사태는 정관 해석을 둘러싼 문제가 발단이 됐지만 음악계 고질병중 하나인 학연 등 ‘파벌 싸움’이 원인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남대와 조선대, 일선 초중고 교사와 대학 교수간의 갈등이 대표적이고, 안을 들여다 보면 문제는 더 복잡하다.
“학교와 상관 없이 음악적으로 뜻 맞는 선후배, 동료들과 연주하며 성취감을 느낄 때 참 행복하죠. 그런데 3년에 한번씩은 아, 내가 특정 대학 출신이구나 생각하게 돼요. 저 친구는 또 다른 대학이구나 이런 생각도 하고. 씁쓸하죠.”
선거 관련 취재 중 만난 A씨는 선거 때면 꼭 한번씩 ‘출신 성분’을 확인하게 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총회에는 1천여명의 회원 가운데 260여명이 참여했다. 물론 참여 회원 모두가 ‘파벌’에 얽매어 의사 표시를 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양심적인 판단을 한 회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적지 않은 회원들이 자신의 판단 대신 특정 후보를 무작정 추종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젊은 후배들 보기가 부끄러워요. 어른들 잘못으로 행여 총회에 참석한 젊은 음악인들이 반대쪽에 ‘울타리’를 쳐 버리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 친구들은 학교 같은 것 따지지 않고 의기투합해 멋진 무대도 만들고, 역량도 키워야 할텐데 말이죠.”
음악인 B씨의 안타까움이 현실이 된다면 광주 음악계의 앞날은 참담할 뿐이다. 너무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있지만, 이번 논란을 통해 지역의 모든 음악인들이 자신들의 벌거벗겨진 모습을 냉정하게 돌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
/김미은 문화부 차장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