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성탄절을 맞아 거리에는 축복·온정·사랑의 훈훈한 분위기가 넘쳐나고 있지만 여야 대치가 8일째 계속되고 있는 국회에는 일방주의와 투쟁, 냉소와 질시만이 감돌고 있다.
특히, 민주당 소속의 국회의원과 보좌관, 당료들은 성탄절도 반납한 채 국회의장실, 상임위 회의장 등에서 철야 농성을 하며 일명 ‘MB 악법’ 저지를 위한 투쟁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사실 이 같은 국회 풍경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정확히 10년 전인 1998년에도 현재와 흡사한 상황이 있었다. 1998년은 30여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가 한창일 때였다. 그리고 10년 후 또다시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다시 경제위기가 찾아왔다.
두 국회도 여대야소(與大野小)였다. 10년 전 공동 여당이던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의원 영입’을 통해 158석(105석+ 53석)까지 몸집을 불렸다. 올해 한나라당은 4·9 총선에서 과반(153석)을 확보한 데 이어 친 박근혜 세력까지 받아들여 172석의 ‘공룡 여당’이 됐다.
나아가 두 해 모두 국회에서는 여야간 치열한 입법전쟁(?)이 벌어졌다.
1998년엔 한나라당이 사정 정국에 반발, 여당의 국회 운영에 협조하지 않았다. 더욱이 그해 12월31일 한나라당이 국회 본청 529호를 망치로 부수고 들어가면서 여야 간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한나라당은 그곳이 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전신)의 분실이라며 “정치 사찰을 했다”고 주장했다.
규제 1만1천개 중 5천개를 줄이는 규제개혁 법안 등 각종 법안의 여야 합의처리가 어려워졌다. 결국, 이듬해 박준규 당시 국회의장이 ‘민생 및 규제 개혁 법안을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법안을 직권상정했고, 1월5일부터 사흘간 본회의에서 여당 단독으로 140여 건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결국, 한나라당은 장외투쟁에 나섰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18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회의실에서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하려 하자 민주당과 민노당이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전기톱·쇠망치·소화전 등이 동원되는 폭력사태가 일어났다. 나아가 여당인 한나라당은 어떤 일이 있어도 연내에 11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아마도 한나라당이 물리력을 동원, 법안을 단독 처리할 경우 민주당도 장외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지루하게 이어지던 10년 전 여야 대치는 이듬해 3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에 대해 ‘국정 동반자’라고 화해의 손을 내밀자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가 장외투쟁 종료를 선언하면서 끝났다. 이번 여야 대치의 끝은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하다.
/박지경 서울취재팀 차장 jk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