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애초 합의한 처리시한 12일을 하루 앞두고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계수조정 심사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정상적 상황이라면 11일 오전에는 모든 계수조정 작업을 마치고 오후에는 예결특위 전체회의를 열어 이를 통과시킨 뒤 12일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 상황이라면 12일 오후 늦게 계수조정 작업을 끝내고 부랴부랴 예결특위 전체회의에 회부, 통과시킨 뒤 본회의를 열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12일이 거의 끝나가는 11시50분께나 본회의가 열릴지 모르겠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헌법에 어긋난다.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는 헌법 제54조 2항을 놓고 볼? 지난 2일까지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차기연도 예산안의 국회 의결이 법정시한을 넘긴 것은 2003년 이래 올해로 내리 6년째다. 1990년 이래 18년 동안 법정 시한 내 예산안이 처리된 경우도 6차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국회 예산심의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선 현재 60일에 불과한 예산안 심의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헌법상 예산 심의 기간은 재정규모가 736억원에 불과했던 1963년에 도입된 것으로 2009년도 예산 및 기금규모인 283조8천억원을 심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240일, 영국은 120일, 독일은 120일, 프랑스는 70일 등의 예산안 심의기간을 두고 있다.
더욱이 구조적으로 예산심의 기간 60일도 채우기 힘들다. 국회는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 국감 대상 선정, 증인채택 등 국정감사 준비로만 한 달여를 보내고 10월이나 돼서야 국감을 실시한다. 또 이후 교섭단체 대표연설, 대정부질문 등의 일정을 소화하면 예산 심의는 11월 중·하순에야 본격 시작할 수 있다.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예산 심의를 마쳐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는 최근 정부의 예산안 제출시기를 현재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에서 ‘120일 전’으로 당길 것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현재 특별위원회로 1년 임기인 예결위를 상임위원회로 전환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송병철 예산정책처 경제예산분석팀장은 “예결위를 상임위화해 연중 예결산을 심의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결위가 상설화하면 4∼5월 국가재정운용계획 및 분야별 재원배분 심의, 6∼8월 결산심의, 9∼12월 예산안 심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 원구성 협상 때 민주당에서 주장했으나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됐던 예결위의 상임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박지경 서울취재팀 차장 jk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