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농가의 73%가 재배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지면적의 53%, 전체 농업생산액의 24%를 차지한다. 우리 민족의 생명을 지켜온 주곡으로 반드시 지키고 가꾸어야 하는 작물인 것이다.
갈수록 쌀 수입이 확대되고 있는 반면 1인당 쌀 소비량은 줄어들어 쌀 가격이 폭락하며 농가소득도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쌀 생산소득은 단보당 49만원에 불과해 농민들도 쌀 농사를 기피한다. 쌀 소득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수매제도를 통해 쌀 가격을 지지함으로써 쌀 소득을 보전하는 정책은 쓸 수가 없다. 그래서 2005년부터 쌀 직불제가 도입되었다.
쌀 직불금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논 농사에 이용된 농지에 대해 지급되며, 이 농지에서 실제로 논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인이 지급받을 수 있다. 농지 소유자와 경작자가 따로인 경우 소유자는 받을 수 없고 경작자만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농지 소유자가 자기 농지를 남에게 빌려주지 않고 대신 논갈이, 모내기, 벼베기 등을 농기계 작업자에게 위탁하여 경작하는 경우 그는 엄밀히 말하면 경작자라기보다 경영자라고 할 수 있지만, 쌀 직불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 농지 소재지에 사는 지방공무원이 이런 식으로 농사를 지을 경우 쌀 직불금을 받더라도 부당한 수령이 아니라 적법한 것이다. 또한 농지 소유자 본인은 다른 직업에 종사하더라도 부인이나 세대를 같이하는 가족 구성원이 농사를 짓는다면 쌀 직불금을 지급받을 자격이 있다.
아들이 분가하여 세대가 다른데 부모가 아들 명의의 농사를 짓는 경우 쌀 직불금은 부모 명의로 신청해야 한다. 아들 이름으로 신청하게 되면 쌀 직불금 부당 수령자가 된다. 억울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현행법으로는 어쩔 수 없다.
쌀 직불금은 고정직불금과 변동직불금으로 나누어 지급된다. 변동직불금은 쌀 판매가격이 목표가격(2005년산부터 2012년산까지 80kg당 17만원)보다 낮은 경우 목표가격과 판매가격의 차액의 85%에 해당되는 금액이 지급된다. 고정직불금은 쌀 가격과 관계없이 쌀 직불금 지급대상 농지에 대해 그 농지가 농업진흥지역이면 1ha당 74만6천원, 농업진흥지역이 아니면 59만7천원이 지급된다. 최근 말썽이 되고 있는 게 고정직불금이다.
쌀 직불금이 폭발적인 사회문제로 비화한 것은 부당 수령자 때문이다. 실제 경작자가 아닌데 쌀 직불금을 수령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전체 직불금 수령자 98만여명 중 17만명에 달한다. 그 중에는 국회의원, 공무원, 의사 등 사회지도층 인사도 포함돼 있다.
감사원이 지난해 이런 사실을 적발하고도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올해도 그에 해당되는 명단을 파악하고도 폐기하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명단의 공개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다. 심지어 부당 수령자를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부당 수령자의 위법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처벌 방법으로 명단을 공개한다거나 형사처벌하는 게 적절한 것일까? 쌀 직불금의 근거 법률인 ‘쌀 소득 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은 부당 수령자에 대한 처벌조치로서 지급액을 환수하고 3년간 지급신청을 못 하도록 하였다. 처벌이라 할 수 없는 수준이다.
부당 수령자, 특히 농지의 실경작자가 따로 있는데 농지소유자가 수령한 경우 그것은 곧 농지임대임이 분명하며, 농지임대자 중에는 ‘농지법’이 인정하는 정당한 사유로 농지를 임대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정당한 사유가 아닌 임대농지는 농지법 위반으로서 농지를 강제로 처분하도록 하는 ‘농지처분명령제’를 적용할 수 있다. 농지처분명령이 내려지게 되면 1년 안에 처분해야 하며, 기간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매년 공시지가의 20%에 해당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정당한 사유에 의해 농지를 임대하는 경우에도 농지소유자가 쌀 직불금을 수령한 경우 불법·부당 수령이 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농지법의 처분명령제를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나 쌀 직불금 부당 수령자에 대해서는 우선 현행법 절차에 의해 처벌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박석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