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방 사람 VS 북방 사람
2008년 02월 03일(일) 19:11 가가
최근 들어 ‘문화산업’이란 문구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제는 문화도 단순한 학문으로서의 문화가 아니라 부(富)를 창조하는 하나의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해외에 진출한 수많은 기업인들이 현지의 문화를 옳게 파악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어느 민족이나 국가의 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측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중국과 같이 땅덩어리가 크고 수많은 민족이 섞여 사는 다민족 국가일수록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중국은 960만㎢의 땅덩어리에 56개 민족이 더불어 사는 대국이다. 땅이 넓은 만큼 지역에 따라 문화가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중국의 유명한 문학가이며 평론가인 임어당(林語堂) 선생은 일찍이 중국을 북방, 양쯔강 이남, 광동, 호북, 호남 등 다섯 개 구역으로 나누어 그 문화적 특징을 고찰한 바 있다. 우리도 임어당 선생의 분류법에 따라 양쯔강을 경계선으로 남쪽과 북쪽의 문화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를 살펴보기로 하자.
임어당 선생은 ‘남방과 북방’이란 잡문에서 “북방 사람들은 중국에서 전쟁과 모험을 묘사하기 좋아하는 소설가들을 위해 많은 소재를 제공한 사람들이고, 남방 사람들은 노련한 상인과 뛰어난 문학가들이지만 전쟁터에서는 주먹이 머리 위에 떨어지기도 전에 살려달라고 빌 준비부터 하고 있는 겁쟁이들이다”라고 유머러스하게 묘사했다.
그렇다. 중국 역사를 살펴보면 지난날 무력으로 정권을 탈취하고 새로운 왕조를 세운 제왕들 중에 양쯔강 이남의 사람은 단 한 사람에 불과하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장개석이 절강녕파 출신이지만 기타의 장군들은 모두 하북, 산동, 안휘, 하남 등 지에서 나왔다. 그래서 “쌀밥을 먹는 남방 사람은 천자의 자리에 오를 수 없고 면을 먹는 북방 사람만이 천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말까지 생겨났다.
반면 해외 화인(華人·중국인) 거상(巨商) 중에는 상해, 온주(溫州), 조산(潮汕) 사람이 절대적 우세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의 7천만 중국 갑부의 절대 다수가 남방 사람들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북방 사람들은 정치와 군사에, 남방 사람들은 상업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많았는데 이러한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북경에서 택시를 타본 사람은 누구든 한번쯤은 경험하게 되는데 택시기사들이 정치에 대해 상당히 밝다는 점이다. 어느 성의 부성장이 부정부패로 목이 잘리게 되었다느니, 어느 부장(한국의 장관)이 비자금을 얼마나 횡령했다느니, 중앙 정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자기 집안일처럼 환히 꿰뚫고 있는 것이다.
상해에선 이와는 정반대의 경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 상해의 택시기사들은 주식이 얼마나 오를 것이라느니, 부동산 시세가 어떻다느니 등 경제학 박사보다 경제에 대해 더 잘 아는 것 같다.
그만큼 북방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남방 사람들은 돈벌이에 관심이 많은 것이다. 친구들을 만났을 때 하는 인사말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남방 사람들은 친구에게 “요즘 얼마나 벌었어?”라고 하지만 북방 사람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라고 묻는다.
그렇다고 해서 북방 사람들이 돈벌이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경제가 토대인 만큼 돈은 남방 사람들에게나 북방 사람들에게나 상당한 흡인력을 갖고 있다. 북방 사람들도 돈벌이를 위해 매일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업 방식에는 남과 북이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남방 사람들은 술자리에서는 사업을 절대 담론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북방 사람들은 고급스러운 술집이 아니고서는 사업에 대해서는 서로 예기를 나누지 않는다는 전통을 아직까지 고수하고 있다. 어찌 보면 남방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행위의 결과에, 북방 사람들은 행위의 과정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는 것 같다.
남방 사람이나 북방 사람이나 모두 중국인임은 분명하다. 남방문화나 북방문화도 동일한 중국 문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따라 문화가 이렇듯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니 거시적으로 ‘중국 문화’를 담론하기보다 미시적으로 중국의 ‘지역 문화’를 담론하는 것이 보다 더 현실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강은국 중국 푸단대 교수
어느 민족이나 국가의 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측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중국과 같이 땅덩어리가 크고 수많은 민족이 섞여 사는 다민족 국가일수록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중국은 960만㎢의 땅덩어리에 56개 민족이 더불어 사는 대국이다. 땅이 넓은 만큼 지역에 따라 문화가 상당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중국의 유명한 문학가이며 평론가인 임어당(林語堂) 선생은 일찍이 중국을 북방, 양쯔강 이남, 광동, 호북, 호남 등 다섯 개 구역으로 나누어 그 문화적 특징을 고찰한 바 있다. 우리도 임어당 선생의 분류법에 따라 양쯔강을 경계선으로 남쪽과 북쪽의 문화에 어떤 차이가 있는가를 살펴보기로 하자.
임어당 선생은 ‘남방과 북방’이란 잡문에서 “북방 사람들은 중국에서 전쟁과 모험을 묘사하기 좋아하는 소설가들을 위해 많은 소재를 제공한 사람들이고, 남방 사람들은 노련한 상인과 뛰어난 문학가들이지만 전쟁터에서는 주먹이 머리 위에 떨어지기도 전에 살려달라고 빌 준비부터 하고 있는 겁쟁이들이다”라고 유머러스하게 묘사했다.
그렇다. 중국 역사를 살펴보면 지난날 무력으로 정권을 탈취하고 새로운 왕조를 세운 제왕들 중에 양쯔강 이남의 사람은 단 한 사람에 불과하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장개석이 절강녕파 출신이지만 기타의 장군들은 모두 하북, 산동, 안휘, 하남 등 지에서 나왔다. 그래서 “쌀밥을 먹는 남방 사람은 천자의 자리에 오를 수 없고 면을 먹는 북방 사람만이 천자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말까지 생겨났다.
반면 해외 화인(華人·중국인) 거상(巨商) 중에는 상해, 온주(溫州), 조산(潮汕) 사람이 절대적 우세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의 7천만 중국 갑부의 절대 다수가 남방 사람들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북방 사람들은 정치와 군사에, 남방 사람들은 상업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많았는데 이러한 현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북경에서 택시를 타본 사람은 누구든 한번쯤은 경험하게 되는데 택시기사들이 정치에 대해 상당히 밝다는 점이다. 어느 성의 부성장이 부정부패로 목이 잘리게 되었다느니, 어느 부장(한국의 장관)이 비자금을 얼마나 횡령했다느니, 중앙 정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자기 집안일처럼 환히 꿰뚫고 있는 것이다.
상해에선 이와는 정반대의 경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 상해의 택시기사들은 주식이 얼마나 오를 것이라느니, 부동산 시세가 어떻다느니 등 경제학 박사보다 경제에 대해 더 잘 아는 것 같다.
그만큼 북방 사람들은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남방 사람들은 돈벌이에 관심이 많은 것이다. 친구들을 만났을 때 하는 인사말에서도 이러한 특징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남방 사람들은 친구에게 “요즘 얼마나 벌었어?”라고 하지만 북방 사람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라고 묻는다.
그렇다고 해서 북방 사람들이 돈벌이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경제가 토대인 만큼 돈은 남방 사람들에게나 북방 사람들에게나 상당한 흡인력을 갖고 있다. 북방 사람들도 돈벌이를 위해 매일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업 방식에는 남과 북이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남방 사람들은 술자리에서는 사업을 절대 담론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북방 사람들은 고급스러운 술집이 아니고서는 사업에 대해서는 서로 예기를 나누지 않는다는 전통을 아직까지 고수하고 있다. 어찌 보면 남방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행위의 결과에, 북방 사람들은 행위의 과정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는 것 같다.
남방 사람이나 북방 사람이나 모두 중국인임은 분명하다. 남방문화나 북방문화도 동일한 중국 문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 따라 문화가 이렇듯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니 거시적으로 ‘중국 문화’를 담론하기보다 미시적으로 중국의 ‘지역 문화’를 담론하는 것이 보다 더 현실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강은국 중국 푸단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