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씨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무엇일까? 이 사건의 진실에 대해 시민들이 알고 싶어했던 것, 언론이 보도를 통해 알려주어야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한마디로 언론은 과열보도를 해오면서도 정작 문제의 핵심을 피해온 것 같다.
초점이 빗나간 언론의 과열보도가 극에 달한 것은 지난달 13일자 문화일보에 실린 신씨 관련 기사였다. 이 기사는 사실 여부가 불분명한 두 장의 신씨 알몸사진과 함께 ‘성 로비도 처벌 가능한가?’라는 제목을 붙였다.
밤거리 유흥가에 뿌려지는 황색 ‘찌라시’도 아니고 명색이 정론지라고 주장하는 일간지가 이 기사를 통해 명백하게 왜곡하고 있는 사실은 두 가지이다. 전신 앞뒷면의 단순한 알몸사진 2장을 성 로비와 동일시한 것이 그 하나이다. 다른 하나는 처벌 가능성을 제기하며 신씨가 성 로비를 했다고 단정했다는 점이다.
이 사진은 과연 신씨의 사진인가의 진위 여부와 일간지로서 누드사진 게재가 적절한가의 문제를 떠나 사건의 진실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 알몸사진과 로비를 연결시킨 보도가 국민의 알권리에 기여한 것이라고 주장한 문화일보 편집국장의 해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그 일간지의 편집진이 생각하는 추상적 ‘국민’이란 누구이며 그들이 말하는 ‘알권리’란 무엇이라는 말인가.
이런 부류의 보도가 주는 더 심각한 왜곡은 신씨라는 한 여성 개인에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적당한 젊음과 외모를 가진 전문분야의 여성들을 실력보다는 성을 자원으로 성공하려 한다는 식으로 전형화하고 비하한다는 점이다. 학력위조로 물의를 일으켜 이미 사회적으로 낙인찍힌 사람이 된 신씨의 경우 이처럼 몰아붙이기가 더욱 쉬운 일일 것이다.
이 사건이 보여주어야 할 두 가지 본질은 학력위조를 권하는 우리 사회의 서글픈 현실과 우리 사회에 만연된 권력형 비리이다.
국민들이 알고 싶어했던 것은 신씨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인 변양균씨의 개인적 비리나 부적절한 관계가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더 큰 권력형 비리와 관련되는가 하는 점이다. 수사기관인 검찰에 바라는 점도 교수 임용이나 비엔날레 예술총감독 선정과 같은 과정에 얽혀 있는 권력층의 비리를 밝히고 바로잡아 달라는 것이다.
지난달 18일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검찰은 법원을 무책임하다고 비난하지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필자는 그런 지적에 공감하기 어렵다. 검찰이 이미 신씨 사건을 권력형 비리나 권력층의 범죄를 보기보다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인 변씨와 신씨의 개인적 비리사건으로 축소해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뚜렷한 구속 사유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는 검찰의 현재 모습이 지나친 오버액션으로 보이는 것은 검찰이 규명하고자 하는 실체적 진실이 권력형 비리에서 초점이 빗나가 있기 때문이다.
권력과 부에 다가가기 위한 개인들의 노력은 다양하다. 합법적이든 비합법적이든,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다양한 수단은 동원하는 데에는 남녀의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신씨 말고도 공식적인 게임의 룰을 위반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자원을 동원하기 위해 학력을 위조하고 경력도 위조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게임의 룰을 벗어난 남성들의 음지의 정치는 용인하면서도 여성에 대해선 유별나게 흥분하는 언론과 일부 네티즌들을 보며 비리의 현장에도 남녀차별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일 신씨가 남성이었다면 사건의 수사나 보도는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우리 사회 곳곳에 있을 수많은 남성 신씨를 생각하며 씁쓸해진다.
안 진〈전남대 법대 교수·전 광신대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