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탐욕의 광풍 그 후
2007년 09월 16일(일) 18:30 가가
국제금융시장이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의 여파로 홍역을 앓고 있다.
미국의 주택시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모기지, 즉 저당대출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택 구입자가 가격의 10∼20%에 해당하는 금액만 있으면 나머지 금액은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사는 것이다. 이런 주택저당대출을 모기지라고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저당대출 가운데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 빌려준 주택저당대출을 말한다. 금융회사들은 모기지를 근거로 다시 채권을 발행해서 금융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유동화 과정을 밟게 된다. 이런 채권을 미국 금융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저당대출채권 또는 MBS라고 한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의 중앙은행인 FRB는 IT버블 붕괴로 야기된 경기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했고, 이는 유동성 과잉을 초래했다.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리면서 주택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주택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소비증가가 경기회복에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금융회사들은 우량한 가계에 대한 대출이 한계에 이르자 신용도가 낮은 가계에 대한 주택저당대출을 크게 늘렸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은 투기적 성격이 더 강한 상품을 내놓았다. 개인들도 주택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투기적 상품을 적극 이용했다.
하지만 자산가격 버블에 대한 논란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경기도 회복세를 보이자 FRB는 2004년부터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하여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주택가격은 2005년부터 하락세로 접어들었는데, 주택저당대출 가운데 가장 약한 고리라고 할 수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올해 초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취급하는 대출기관들의 부실 문제가 부각되었고, 지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근거로 발행한 MBS에 투자한 금융기관의 부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운영하는 3개의 헤지펀드가 파산했고, 유럽계 금융기관인 BNP 파리바 은행이 펀드 환매를 중단했다. 미국의 주택시장 불안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권으로 파급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주요국의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태가 어디까지 확산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일부에선 미국의 주택경기 침체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지만 금융시장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부실의 여파가 더 확대되면서 미국 경기의 급락이 불가피하다는 비관적 의견도 있다.
다행히 국내 금융기관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경기가 급락하면 부정적인 영향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특히 미국의 펀드나 연기금 등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본격적으로 회수하면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사실 미국 주택시장의 급락 가능성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부터 이런 상승세가 오래 지속될 수 없으며 버블이 붕괴될 것이라는 주장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주택가격 상승을 합리화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주택가격 상승이 주택 고급화에 기인하고 이민 인구의 유입으로 수요가 증가했으며,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가격 상승폭이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역사에서 반복되어 왔다. 멀리는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열풍에서부터 가까이는 1990년대 말 IT/인터넷 열풍에 이르기까지, 너무 허망했던 투기광풍들이 당시에는 온갖 현란한 논리로 합리화되었던 것이다. 비슷한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 인간은 과거로부터 교훈을 배우기에는 어리석은 존재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금할 수 없다.
투기광풍은 탐욕으로부터 발생한다. 그로 인한 버블 다음에는 버블 붕괴에 대한 공포가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된다.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탐욕과 공포라는 익숙한 사이클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우리나라도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주택시장에 불안감이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미국과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불안이 공포로 바뀔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답할 수 없다. 분명한 점은 우리 모두가 부동산 투기라는 탐욕의 열병을 앓았고, 그에따른 불안과 공포는 그 탐욕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미국의 주택시장은 우리나라와 달리 모기지, 즉 저당대출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주택 구입자가 가격의 10∼20%에 해당하는 금액만 있으면 나머지 금액은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사는 것이다. 이런 주택저당대출을 모기지라고 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저당대출 가운데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 빌려준 주택저당대출을 말한다. 금융회사들은 모기지를 근거로 다시 채권을 발행해서 금융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유동화 과정을 밟게 된다. 이런 채권을 미국 금융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저당대출채권 또는 MBS라고 한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의 중앙은행인 FRB는 IT버블 붕괴로 야기된 경기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했고, 이는 유동성 과잉을 초래했다. 시중에 풀린 돈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리면서 주택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주택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소비증가가 경기회복에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금융회사들은 우량한 가계에 대한 대출이 한계에 이르자 신용도가 낮은 가계에 대한 주택저당대출을 크게 늘렸다.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은 투기적 성격이 더 강한 상품을 내놓았다. 개인들도 주택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투기적 상품을 적극 이용했다.
하지만 자산가격 버블에 대한 논란과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경기도 회복세를 보이자 FRB는 2004년부터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하여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다. 주택가격은 2005년부터 하락세로 접어들었는데, 주택저당대출 가운데 가장 약한 고리라고 할 수 있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올해 초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취급하는 대출기관들의 부실 문제가 부각되었고, 지금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근거로 발행한 MBS에 투자한 금융기관의 부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가 운영하는 3개의 헤지펀드가 파산했고, 유럽계 금융기관인 BNP 파리바 은행이 펀드 환매를 중단했다. 미국의 주택시장 불안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권으로 파급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주요국의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락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태가 어디까지 확산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일부에선 미국의 주택경기 침체가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지만 금융시장 등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부실의 여파가 더 확대되면서 미국 경기의 급락이 불가피하다는 비관적 의견도 있다.
다행히 국내 금융기관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경기가 급락하면 부정적인 영향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 특히 미국의 펀드나 연기금 등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본격적으로 회수하면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사실 미국 주택시장의 급락 가능성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부터 이런 상승세가 오래 지속될 수 없으며 버블이 붕괴될 것이라는 주장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주택가격 상승을 합리화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주택가격 상승이 주택 고급화에 기인하고 이민 인구의 유입으로 수요가 증가했으며, 물가상승을 고려하면 가격 상승폭이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역사에서 반복되어 왔다. 멀리는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열풍에서부터 가까이는 1990년대 말 IT/인터넷 열풍에 이르기까지, 너무 허망했던 투기광풍들이 당시에는 온갖 현란한 논리로 합리화되었던 것이다. 비슷한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 인간은 과거로부터 교훈을 배우기에는 어리석은 존재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금할 수 없다.
투기광풍은 탐욕으로부터 발생한다. 그로 인한 버블 다음에는 버블 붕괴에 대한 공포가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된다.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탐욕과 공포라는 익숙한 사이클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우리나라도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주택시장에 불안감이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미국과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불안이 공포로 바뀔 것인가? 이에 대해서는 누구도 확답할 수 없다. 분명한 점은 우리 모두가 부동산 투기라는 탐욕의 열병을 앓았고, 그에따른 불안과 공포는 그 탐욕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