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의 단상
2007년 06월 10일(일) 18:36 가가
얼마 전 베트남으로 출장을 갔다. 우기가 막 시작된 그 곳의 날씨는 무척 더웠다. 차를 타거나 호텔 등 실내에 있을 때는 괜찮았지만, 밖에 있을 때에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를 정도였다. 정장을 하고 다녀서 더 더웠겠지만, 우리나라의 한여름을 능가하는 더위는 곤혹스러웠다.
하지만 둘러본 베트남 경제와 금융시장은 무더위보다 더 뜨거웠다. 요즘 베트남이 ‘뜨는 국가’로 각광을 받고 있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현지인들의 경제에 대한 낙관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1980년대 중국 및 구 소련 등의 개혁 열풍과 함께 베트남도 1986년 ‘도이머이’라는 개혁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후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다가 아시아 위기로 주춤했으나 최근 수년 간 7%를 넘는 고도성장을 지속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제규모는 아직 작지만 높은 성장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최근 국내 한 연구소는 베트남을 BRICs 이후 주목해야 할 신흥시장의 하나로 선정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국영기업을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시장을 개방, 외국자본을 유치하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최근의 주식시장 열풍은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을 끌어, 우리나라에서도 베트남 펀드가 판매되고 있을 정도다.
현지에서 만난 정부 또는 기업 관계자들도 베트남경제의 미래를 매우 밝게 보고 있었다. 단기적 출렁거림이 있을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낙관적 기대는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다. 베트남 경제는 성장 초기에 진입한 상황이다. 정부의 개혁의지와 기업 등 경제주체의 성장의지만 있으면 향후 상당기간 고도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현재의 경제발전 수준이 낮기 때문에 아래로 내려가기 보다는 올라가기가 훨씬 쉬운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처음의 상승동력을 얻기가 어렵지만, 베트남경제는 이미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도 매우 활발하다. 2006년에는 한국이 베트남에 외국인 직접투자를 한 나라일 정도이다. 요즘도 베트남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한국 기업이 많다. 베트남 경제에서 한국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과 한국은 결코 좋은 관계였다고 할 수 없다. 베트남전은 내가 어릴 적의 이야기이지만, 그 인상이 아주 강해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베트남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베트남전이었다. 하지만 양국은 과거의 악연에서 벗어나 좋은 인연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한국의 압축적 성장 경험이 베트남에게는 본받을만한 모델이 될 수 있고, 한국으로서도 베트남이 새로운 투자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역동성에도 불구하고 나를 당황스럽게 한 것은 더위만이 아니었다. 베트남은 스쿠터와 오토바이가 많기로 유명하다. 사진으로 봐 왔던 오토바이 물결을 직접 보니 장관이었다. 특히 아침 출근길에 황토색의 혼탁한 사이공강을 오가며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페리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문제는 교통질서다. 현지의 한국인들이 직접 운전하기를 포기할 만큼 교통질서가 엉망이다. 통행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된다 싶으면 경적을 울려 댔다. 좌회전을 하거나 교차로를 통과할 때는 차와 오토바이들이 서로 엉켜 사고가 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실제 있었던 며칠 동안에도 작은 교통사고를 여러 번 목격했다. 우리나라에도 무질서가 성행하고 있지만, 베트남에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경제성장이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그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더 행복해져야 한다. 아무리 시장경제라 하더라도 오로지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고가 지배하는 시장경제는 천민자본주의에 불과하다. 나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권리나 제도, 규칙을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질서가 엉망인 나라가 베트남만은 아닐 것이다. 경제선진국이나 우리나라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질서를 준수하고 서로 양보하는 교통문화를 국가경제의 질적 성숙도를 측정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베트남이 양적·질적 경제성장 과정에서 한국과 좋은 파트너가 되기를 바란다.
박현수〈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하지만 둘러본 베트남 경제와 금융시장은 무더위보다 더 뜨거웠다. 요즘 베트남이 ‘뜨는 국가’로 각광을 받고 있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현지인들의 경제에 대한 낙관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1980년대 중국 및 구 소련 등의 개혁 열풍과 함께 베트남도 1986년 ‘도이머이’라는 개혁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후 비교적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다가 아시아 위기로 주춤했으나 최근 수년 간 7%를 넘는 고도성장을 지속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제규모는 아직 작지만 높은 성장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최근 국내 한 연구소는 베트남을 BRICs 이후 주목해야 할 신흥시장의 하나로 선정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 국영기업을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시장을 개방, 외국자본을 유치하려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최근의 주식시장 열풍은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을 끌어, 우리나라에서도 베트남 펀드가 판매되고 있을 정도다.
현지에서 만난 정부 또는 기업 관계자들도 베트남경제의 미래를 매우 밝게 보고 있었다. 단기적 출렁거림이 있을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낙관적 기대는 충분한 근거를 갖고 있다. 베트남 경제는 성장 초기에 진입한 상황이다. 정부의 개혁의지와 기업 등 경제주체의 성장의지만 있으면 향후 상당기간 고도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 현재의 경제발전 수준이 낮기 때문에 아래로 내려가기 보다는 올라가기가 훨씬 쉬운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처음의 상승동력을 얻기가 어렵지만, 베트남경제는 이미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도 매우 활발하다. 2006년에는 한국이 베트남에 외국인 직접투자를 한 나라일 정도이다. 요즘도 베트남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한국 기업이 많다. 베트남 경제에서 한국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과 한국은 결코 좋은 관계였다고 할 수 없다. 베트남전은 내가 어릴 적의 이야기이지만, 그 인상이 아주 강해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베트남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베트남전이었다. 하지만 양국은 과거의 악연에서 벗어나 좋은 인연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한국의 압축적 성장 경험이 베트남에게는 본받을만한 모델이 될 수 있고, 한국으로서도 베트남이 새로운 투자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역동성에도 불구하고 나를 당황스럽게 한 것은 더위만이 아니었다. 베트남은 스쿠터와 오토바이가 많기로 유명하다. 사진으로 봐 왔던 오토바이 물결을 직접 보니 장관이었다. 특히 아침 출근길에 황토색의 혼탁한 사이공강을 오가며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페리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문제는 교통질서다. 현지의 한국인들이 직접 운전하기를 포기할 만큼 교통질서가 엉망이다. 통행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된다 싶으면 경적을 울려 댔다. 좌회전을 하거나 교차로를 통과할 때는 차와 오토바이들이 서로 엉켜 사고가 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실제 있었던 며칠 동안에도 작은 교통사고를 여러 번 목격했다. 우리나라에도 무질서가 성행하고 있지만, 베트남에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경제성장이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그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더 행복해져야 한다. 아무리 시장경제라 하더라도 오로지 나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최선이라는 사고가 지배하는 시장경제는 천민자본주의에 불과하다. 나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권리나 제도, 규칙을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질서가 엉망인 나라가 베트남만은 아닐 것이다. 경제선진국이나 우리나라도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질서를 준수하고 서로 양보하는 교통문화를 국가경제의 질적 성숙도를 측정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베트남이 양적·질적 경제성장 과정에서 한국과 좋은 파트너가 되기를 바란다.
박현수〈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