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해 보는 5월정신
2007년 05월 27일(일) 18:35 가가
5·18광주민중항쟁 27주년 기념행사가 27일 막을 내렸다. 여러 집단들이 준비한 다양한 행사를 지켜보면서 우리에게 5월은 무엇이며 5월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광주항쟁의 의미와 정신이 전국화·세계화되지 못할 때 우리가 느끼는 억울함과 조급함은 때로는 5월정신이 그토록 증오했던 반인권적인 폭력의 모습으로 표출되는 것일까?
사태의 전모는 이러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광주 방문 하루 전인 지난 21일 오후 광주·전남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5·18기념재단이 있는 5·18기념문화관 앞에서 김 전 대통령 공식초청과 감사패 전달에 대해 기자회견을 갖고자 했다. 5·18기념재단과 함께 이를 주관했던 5월항쟁 관련단체 중 3개 단체인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의 일부 회원들은 이 기자회견을 막으려 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과 입장이 다른 사회단체 회원들의 뺨을 때리고 침을 뱉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
여성에 대한 상상할 수 없는 성폭력적인 언어도 난무했다.
피해여성은 언어폭력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다. 더구나 갑작스런 폭력 장면을 언론사의 기자들 뿐 아니라 인근 학교의 어린 학생들까지 모두 지켜보아야 했다.
말할 것도 없이 5·18기념문화관은 광주시민 뿐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하는 한국의 선량한 시민 모두의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5월항쟁에서 희생됐던 5월 관련단체와 그 회원들은 광주시민의 자존심이며 한국민주주의의 산 증인이란 사실이다. 5월항쟁 이후에도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광주시민들에게 한번 더 일어서달라는 정치인들에게, 더구나 지역분할로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유지하는 그들에게, 피흘렸던 자가 항상 피흘리는 역할을 해야 하는가 하고 되묻고 싶다.
그러나 의롭게 살았던 자에게 영원히 의로울 것을 기대하는 것은 그들이 가진 상징성 때문이기에 우리는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 이젠 그만 그 힘든 역할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고, 제발 가만히 살게 내버려 두라고 말하기가 힘들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공식초청해 5·18묘지를 참배하게 하고 감사패를 전달하는 행사의 의미와 효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5월항쟁이 민주화운동으로 공식적으로 자리매김되었지만 발포책임자 규명 등 역사적 진실의 많은 부분이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다. 정치적 청산은 이루어졌을지 모르되 역사적인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분할정치의 대부 중 한 사람인 정치인을-그가 비록 대통령 재임 때 5·18특별법을 제정하고 신군부의 핵심을 법정에 세우는 일을 했다고는 하지만-초청하는 것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를 수 있다. 두 가지 의미 있는 일은 대통령 개인의 영도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진상을 알리기 위한 사람들의 피나는 투쟁과 고통의 결과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번의 불상사는 또 하나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시민 대다수가 지지할 것이 명백하더라도 논의를 거치는 절차 자체는 필요했다. 그러나 정말 슬픈 것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도시, 광주에서 입장의 차이, 의견의 다름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실이 더욱 서글픈 것이다.
민주적 공동체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되어야 한다. 자신의 의견을 다수가 지지하더라도 그것에 반대하는 의견의 표출을 막을 수는 없다. 더구나 반대의견을 폭력으로 저지해서는 안 된다.
5월정신은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에 다름 아니다. 민주주의는 견해의 차이를 인정하고 폭력이 아닌 설득에 의해 권력을 실현하기에 파시즘과 질적으로 다르다. 5월 관련단체들은 한국현대사에서 정치적 상징성과 도덕적 우월성을 가지고 있다. 또 계엄군의 폭력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항거했던 살아있는 정의이기에 비록 민주적 합의의 절차가 부족한 성급한 결정일지라도 당신들의 결정을 쉽게 받아들이고 맹목적으로 신뢰해온 필자에게 이번 사건은 깊은 슬픔을 느끼게 한다.
폭력적인 방법, 더구나 여성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은 그 주장이 아무리 의롭다 할지라도 용납될 수 없다. 그것을 용인하는 것은 내 안의 파시즘을 용인하는 것이기에.
안진〈광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사태의 전모는 이러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광주 방문 하루 전인 지난 21일 오후 광주·전남진보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5·18기념재단이 있는 5·18기념문화관 앞에서 김 전 대통령 공식초청과 감사패 전달에 대해 기자회견을 갖고자 했다. 5·18기념재단과 함께 이를 주관했던 5월항쟁 관련단체 중 3개 단체인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의 일부 회원들은 이 기자회견을 막으려 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과 입장이 다른 사회단체 회원들의 뺨을 때리고 침을 뱉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
여성에 대한 상상할 수 없는 성폭력적인 언어도 난무했다.
피해여성은 언어폭력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상태다. 더구나 갑작스런 폭력 장면을 언론사의 기자들 뿐 아니라 인근 학교의 어린 학생들까지 모두 지켜보아야 했다.
말할 것도 없이 5·18기념문화관은 광주시민 뿐 아니라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하는 한국의 선량한 시민 모두의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5월항쟁에서 희생됐던 5월 관련단체와 그 회원들은 광주시민의 자존심이며 한국민주주의의 산 증인이란 사실이다. 5월항쟁 이후에도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광주시민들에게 한번 더 일어서달라는 정치인들에게, 더구나 지역분할로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유지하는 그들에게, 피흘렸던 자가 항상 피흘리는 역할을 해야 하는가 하고 되묻고 싶다.
그러나 의롭게 살았던 자에게 영원히 의로울 것을 기대하는 것은 그들이 가진 상징성 때문이기에 우리는 이를 거부하기 어렵다. 이젠 그만 그 힘든 역할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고, 제발 가만히 살게 내버려 두라고 말하기가 힘들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공식초청해 5·18묘지를 참배하게 하고 감사패를 전달하는 행사의 의미와 효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5월항쟁이 민주화운동으로 공식적으로 자리매김되었지만 발포책임자 규명 등 역사적 진실의 많은 부분이 아직도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다. 정치적 청산은 이루어졌을지 모르되 역사적인 청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분할정치의 대부 중 한 사람인 정치인을-그가 비록 대통령 재임 때 5·18특별법을 제정하고 신군부의 핵심을 법정에 세우는 일을 했다고는 하지만-초청하는 것에 대해서는 견해가 다를 수 있다. 두 가지 의미 있는 일은 대통령 개인의 영도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진상을 알리기 위한 사람들의 피나는 투쟁과 고통의 결과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이번의 불상사는 또 하나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시민 대다수가 지지할 것이 명백하더라도 논의를 거치는 절차 자체는 필요했다. 그러나 정말 슬픈 것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도시, 광주에서 입장의 차이, 의견의 다름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실이 더욱 서글픈 것이다.
민주적 공동체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되어야 한다. 자신의 의견을 다수가 지지하더라도 그것에 반대하는 의견의 표출을 막을 수는 없다. 더구나 반대의견을 폭력으로 저지해서는 안 된다.
5월정신은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에 다름 아니다. 민주주의는 견해의 차이를 인정하고 폭력이 아닌 설득에 의해 권력을 실현하기에 파시즘과 질적으로 다르다. 5월 관련단체들은 한국현대사에서 정치적 상징성과 도덕적 우월성을 가지고 있다. 또 계엄군의 폭력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항거했던 살아있는 정의이기에 비록 민주적 합의의 절차가 부족한 성급한 결정일지라도 당신들의 결정을 쉽게 받아들이고 맹목적으로 신뢰해온 필자에게 이번 사건은 깊은 슬픔을 느끼게 한다.
폭력적인 방법, 더구나 여성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은 그 주장이 아무리 의롭다 할지라도 용납될 수 없다. 그것을 용인하는 것은 내 안의 파시즘을 용인하는 것이기에.
안진〈광신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