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광주의 구 전남도청 주변 모습은 어떻게 변모되어 있을까? 많은 지역민들은 아시아문화전당 부지에는 푸른 숲 속에 나지막한 건축물이 들어서 젊은 예술인들과 방문객들에게 예술적 영감과 휴식을 주는 공간으로 이용될 것으로 믿고 있을 것이다. 문화전당 주변에도 전당과 어울리는 작고 예쁜 건물들이 조화롭게 들어서 카페나 서점, 화랑 등이 입주해 있고 한편에는 아름다운 고급 호텔이 들어서 주변 일대가 전체적으로 문화적 지구로 산뜻하게 변모해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을 것이다.
10년 후 전당 주변이 과연 그런 모습으로 바꾸어져 있을까?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시간이 흘러갈 경우 전당 주변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푸른 숲 속에 숨은 전당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무질서한 건축물의 숲으로 변모될 수 있다. 주변 토지 소유자들이 자신들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건물의 규모나 용도를 정하고, 이런 건물들로 주변이 둘러 싸인다면 푸른 공원 속 전당의 의미는 크게 퇴색될 수 밖에 없다.
문화전당 건설 못지 않게 주변의 조화로운 개발이 중요한데도 그 동안 전당 설계문제에만 지역민들의 관심이 집중?을 뿐 전당 주변의 개발문제는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일부 단편적인 문제 제기나 시도는 있었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검토나 의견은 없었다.
필자는 광주시청에 재직할 때 중앙정부에 몇 가지를 건의한 적이 있다. 전당 주변에 서울의 대학로나 인사동과 같은 거리가 조성되도록 판소리 공연장, 공방 촌, 전통문화상품 판매장 등 소규모 프로젝트를 전당 건립과 병행하여 추진하자는 안이었다. 소규모 문화시설이 전당 인근에 배치되면 관련 예술인들과 이용자 등 시민들이 모여 자생적으로 문화적 분위기의 거리가 조성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그런 시도는 종합계획을 만든 후 체계적으로 추진하자는 반대에 밀려 실현되지 못하였다.
두 번째 제안은 전당 소요부지보다 두, 세배 넓게 인근 토지를 수용하여 주변 건축물이 전당과 조화를 이루도록 일괄 설계를 한 후 주변 부지를 다시 매각하자는 아이디어였다. 제대로 일괄 설계를 하여 수용한 토지를 재매각할 경우 추가 매입비용을 충당할 수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우리의 여건상 실행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넘어갔다.
그 후 전당 주변의 건축물들을 별도의 도시계획으로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주장을 하였다. 관련 조례를 제정하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우리의 법 체계상 주민들의 재산권에 대한 사항을 법의 위임을 받지 않고 조례에 의해 규제할 수 없다는 실무적 검토가 있었다. 그래서 정부에서 입법 중이던 특별법에 전당 주변 건축물의 고도 및 형태 등을 규제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마련하자고 정부에 건의하였으나 그 역시 입법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았다.
이같이 중앙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몇 번의 노력은 별다른 결실을 맺지 못하고 말았다. 그러나 지방 당국에서 아시아 문화전당 주변을 조화롭게 개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 전당 주변지역을 대상으로 상세 지구단위 계획을 수립하여 전당 주변 건물의 신·개축 시에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지구단위 계획을 기존 시가지에 적용하는 것은 이해관계자들의 이익과 상충될 수 있어 실제 실행을 하는 데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파리나 워싱턴 등 세계 주요도시들은 모두 도시미관을 위해 개인소유 건물의 고도 및 모양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우리 광주도 문화수도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프로젝트에만 의존하지 말고 지역 스스로 전당 주변지역만이라도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건축물의 고도나 형태를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여야 한다. 이러한 지구단위계획으로 피해를 보는 토지소유자에 대해서는 이득을 보는 사람들로부터 개발이익을 환수하여 보전해주는 방안 등을 아울러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병화〈조선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