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와 신뢰사회
2007년 04월 15일(일) 19:00 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해 초 미국과 FTA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부터 협상이 타결된 지금까지 한미 FTA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미 FTA의 효과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한미 FTA 이전에 최대의 자유무역협정으로서 미국, 멕시코, 캐나다가 맺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경우에도 체결 이전에 경제적 효과에 대한 많은 분석과 전망이 있었지만, 실제 결과는 예측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수많은 변수들이 서로 얽혀 영향을 주고받는 국제협상에서 우리의 제한된 이성으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중국에서 나비 한 마리의 작은 날갯짓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선 허리케인이 될 수도 있지만, 주위에 작은 파동만 남기고 사라질 수도 있다.
한미 FTA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것도 우리가 그 효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불확실한 요인 가운데서 밝은 부분을 강조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을 더 부각시키게 된다. 또 찬성하는 쪽은 반대론자들이 내세우는 부작용을 근거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반대하는 쪽은 찬성론자가 그리는 장밋빛 미래를 몽상이라고 폄하한다.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 지금은 정확히 알 수 없다. 찬성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일방의 주장이 보다 객관적이고 진실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미래에 반드시 그 주장대로 모든 일이 전개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지금의 조건 하에서는 타당한 예측일 수 있지만, 내일의 어떤 사건이 한미 FTA의 효과를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하나의 사건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현상이 그리 드문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도대체 갈등과 반목의 뿌리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자문하게 된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부나 국책연구소 등의 설명을 믿지 않는다. 긍정적 영향을 과장하고 있거나 부정적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심지어 정부가 중요한 협상내용을 숨기고 있다고도 한다.
반대로 정부는 한미 FTA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근거도 없이 피해를 부풀린다고 한다. 결국 서로 의견이 다른 정도를 넘어서 상대방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전제하면 더 이상 논의가 진전되기는 어렵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신뢰(Trust)’에서 신뢰가 한 사회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주장한다. 관습, 도덕, 협동심과 같은 사회적 자본이 경제에서 매우 중요하며, 신뢰는 사회적 자본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신뢰가 높은 사회에서는 협력이 잘 이루어지는 반면, 신뢰가 낮은 사회에서는 상대방을 잘 믿지 못하기 때문에 협력이 어렵거나 협력에 많은 비용이 든다. 이러한 비용은 결국 사회 또는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후쿠야마는 독일, 일본, 미국을 ‘고신뢰사회’로, 중국과 한국을 ‘저신뢰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후쿠야마가 한국에 대해 서술한 부분을 보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쉽게 눈에 띄지만 한국이 가족 또는 친족의 울타리를 넘어선 타인에게까지 높은 신뢰를 부여하지 않는 사회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결국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사회적 비용의 상당 부분은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신뢰는 투명성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저신뢰로 인한 사회적 갈등의 고리는 정부가 먼저 끊는 것이 바람직하다. 때문에 한미 FTA 협상의 구체적 내용을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공개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한미 FTA가 우리에게 ‘기회의 창’을 열어준 긍정적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기회의 창’을 잘 활용하면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겠지만, 그 열려진 ‘기회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찬바람에 몸을 움츠리고 감기몸살을 앓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기회의 창’을 여는 것이 비록 불가피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라 하더라도, 찬바람에 몸을 떠는 우리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 때 공동체 안에서의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더욱 커지고, 한국은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박현수〈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한미 FTA의 효과를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한미 FTA 이전에 최대의 자유무역협정으로서 미국, 멕시코, 캐나다가 맺었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경우에도 체결 이전에 경제적 효과에 대한 많은 분석과 전망이 있었지만, 실제 결과는 예측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수많은 변수들이 서로 얽혀 영향을 주고받는 국제협상에서 우리의 제한된 이성으로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중국에서 나비 한 마리의 작은 날갯짓이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선 허리케인이 될 수도 있지만, 주위에 작은 파동만 남기고 사라질 수도 있다.
한미 FTA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것도 우리가 그 효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찬성하는 사람들은 불확실한 요인 가운데서 밝은 부분을 강조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을 더 부각시키게 된다. 또 찬성하는 쪽은 반대론자들이 내세우는 부작용을 근거 없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반대하는 쪽은 찬성론자가 그리는 장밋빛 미래를 몽상이라고 폄하한다.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 지금은 정확히 알 수 없다. 찬성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일방의 주장이 보다 객관적이고 진실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미래에 반드시 그 주장대로 모든 일이 전개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지금의 조건 하에서는 타당한 예측일 수 있지만, 내일의 어떤 사건이 한미 FTA의 효과를 어떤 방향으로 변화시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하나의 사건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현상이 그리 드문 것은 아니지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도대체 갈등과 반목의 뿌리는 어디에 있는 것인지 자문하게 된다. 한미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부나 국책연구소 등의 설명을 믿지 않는다. 긍정적 영향을 과장하고 있거나 부정적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심지어 정부가 중요한 협상내용을 숨기고 있다고도 한다.
반대로 정부는 한미 FTA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근거도 없이 피해를 부풀린다고 한다. 결국 서로 의견이 다른 정도를 넘어서 상대방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전제하면 더 이상 논의가 진전되기는 어렵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신뢰(Trust)’에서 신뢰가 한 사회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주장한다. 관습, 도덕, 협동심과 같은 사회적 자본이 경제에서 매우 중요하며, 신뢰는 사회적 자본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신뢰가 높은 사회에서는 협력이 잘 이루어지는 반면, 신뢰가 낮은 사회에서는 상대방을 잘 믿지 못하기 때문에 협력이 어렵거나 협력에 많은 비용이 든다. 이러한 비용은 결국 사회 또는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후쿠야마는 독일, 일본, 미국을 ‘고신뢰사회’로, 중국과 한국을 ‘저신뢰사회’로 분류하고 있다. 후쿠야마가 한국에 대해 서술한 부분을 보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쉽게 눈에 띄지만 한국이 가족 또는 친족의 울타리를 넘어선 타인에게까지 높은 신뢰를 부여하지 않는 사회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결국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사회적 비용의 상당 부분은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신뢰는 투명성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저신뢰로 인한 사회적 갈등의 고리는 정부가 먼저 끊는 것이 바람직하다. 때문에 한미 FTA 협상의 구체적 내용을 문제가 없는 범위 내에서 공개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한미 FTA가 우리에게 ‘기회의 창’을 열어준 긍정적 사건이라고 평가한다. ‘기회의 창’을 잘 활용하면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겠지만, 그 열려진 ‘기회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찬바람에 몸을 움츠리고 감기몸살을 앓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기회의 창’을 여는 것이 비록 불가피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라 하더라도, 찬바람에 몸을 떠는 우리 이웃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 때 공동체 안에서의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더욱 커지고, 한국은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박현수〈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