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씨는 1997년 5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기소되어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현철씨는 특별사면을 받은 후 2002년 마산지역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려다가 정계진출의 꿈을 접었다. 또 2004년 4·15 총선 때는 아버지의 고향인 경남 거제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하였다가 지역민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후보등록을 포기했다. 현철씨는 2004년 9월에는 한솔그룹 전 부회장에게서 선거자금 등의 명목으로 20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다시 구속기소되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홍업씨는 2002년 7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와 조세포탈,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되어 징역 2년과 벌금 4억 원의 형을 선고받았다. 홍업씨의 범죄사실은 현대와 삼성 등 기업으로부터 활동비 명목으로 22억 원을 받았고, 또 다른 기업들로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사 무마 등의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25억8천만 원을 받는 등 합계 47억8천만 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홍업씨는 2003년 5월에는 한국전력에 석탄을 납품할 수 있도록 산업자원부 등에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청탁의 대가로 3억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1심 법원은 위 혐의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하였으나, 대법원은 ‘3억 원의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나 알선의 대가로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14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사실상 이씨 지지의사를 표명한 데 대해 현철씨의 내년 총선 공천을 위한 발걸음이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홍업씨는 4·25보궐선거 무안·신안지역 민주당 후보로 공천받아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의 행보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나 때문에 평생 고생한 아들의 결정을 막을 수 없었다’라는 말로 유권자의 동정심을 자극하면서 사실상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잘못된 판단이다. 홍업씨가 어린 시절 아버지의 구속, 연금 등을 보면서 많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홍업씨는 대통령 아버지를 둔 덕도 충분히 봤다. 그가 대통령 아들이 아니었다면 기업들이 50억 원이 넘는 돈을 받쳤겠는가. 드러난 혜택은 빙산의 일각일 뿐일 것이다.
또한 큰아들 홍일씨가 아버지 덕에 이미 3번이나 국회의원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논리에 의하면 현철씨의 출마도 비난받을 것이 아니라 동정받아야 한다. 홍일, 홍업씨에 이어서, 기업에서 수십여억원의 금품을 받은 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3남 홍걸씨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도 용인되어야 한다. 모두 다 민주화운동하던 아버지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당한 아들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어디 가당한 말인가.
두 김 전 대통령의 아들들은 모두 정치지도자로서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인 도덕성에 흠결이 있는 분들이다. 또한, 이분들은 아버지 집권 당시에 속칭 ‘소통령’, ‘홍삼(홍일·홍업·홍걸)트리오’로 불리다가 집권 말기에 구속되어 심각한 레임덕을 초래하였다. 이들의 부정부패는 수구세력의 손에 공격의 창을 쥐어준 셈에 되었다.
그 피해는 민생개혁세력 전체에게 미쳤다. 홍업씨가 이번 선거에 출마하여 당선된다 하더라도 그로 인해 김 전 대통령의 위상과 민주화의 상징인 광주·전남의 명예와 자존심은 크게 손상될 것이다. 그 피해는 또다시 평화개혁세력 전체에게 돌아올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공천 헌금과 줄세우기로 상징되는 구태정치를 하다 2003년 민주당 정풍운동 과정에서 퇴출당한 세력이 홍업씨 당선을 통해 복귀하려고 한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소아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시·도민의 뜻을 받드는 결정을 하여야 한다. 홍업씨 본인도 결단의 순간에 지역민의 의견을 존중하였던 현철씨의 선례를 되돌아보기 바란다.


이상갑〈변호사〉